[충청뉴스 김용우 기자] 금융감독원의 내부 조직이 금융시장 현안과 무관한 문건을 작성해 기관장 개인의 정치적 이미지를 관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회사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산업 발전 저해요인을 분석해야 할 금융전문조직이, 오히려 원장의 외부행사용 패션과 메시지 전달 전략을 제안한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금감원 조직의 사유화·정치화 논란이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실이 입수해 27일 밝힌 자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의 핵심 분석조직인 ‘금융상황분석팀’ 은 전임 이복현 금감원장의 외부행사 이미지 연출을 위한 내부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 내부의 금융전문조직이 사실상 원장 개인의 ‘정치 컨설턴트’ 역할을 수행한 셈으로, 금융감독기관의 운영 취지와 조직운영의 공정성을 훼손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융상황분석팀은 금융감독원 조직관리규정 제39조 제7항에 따라 금융회사의 애로사항을 수렴·파악하고 금융산업 발전 저해요인을 발굴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그러나 해당 문건에는 ‘패션도 정치다. 티셔츠에 담긴 메시지’라는 제목 아래 “원장님 외부행사 시에 티셔츠 문구 등을 통해 시각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안을 활용 가능” 이라는 문장이 포함되어 있었다.
금융정책이나 감독기능과는 무관한 내용으로, 사실상 이복현 전 원장이 정치인처럼 이미지 전략을 자문받는 형태를 띠고 있다.
금융산업 분석 대신 기관장 개인의 대외활동과 패션 메시지 전략을 다룬 보고서를 금융상황분석팀이 작성했다면, 이는 명백한 직무 일탈이자 조직 사유화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금융감독원 조직도를 살펴보면, 금융상황분석팀은 팀장을 제외한 전 직원의 직무가 모두 ‘금융관련 동향 수집 및 분석’ 으로만 기재되어 있다.
다른 부서들이 개인별로 구체적인 담당 영역이 명시되어 있거나 팀 내에서도 업무 구분이 명확한 것과 달리, 금융상황분석팀만 유독 구성원 전체가 동일한 직무를 수행하는 형태다.
이런 불투명한 업무 구조 때문에 “예전에 검찰 내부의 범죄정보기획관실(일명 범정) 처럼 운영되는 것 아니냐” 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범정은 과거 검찰총장 직속으로 각종 동향과 정보를 수집하며 ‘검찰총장의 눈과 귀’로 불렸지만, 정치적 중립성 논란 끝에 폐지된 바 있다. 금융상황분석팀 역시 업무 특성과 조직 운영 방식이 유사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박범계 의원은 “금융현안 분석 조직이 기관장 개인의 홍보와 이미지 관리에 동원됐다면 금융감독원의 근간을 훼손한 행위”라며 “금융상황분석팀이 언제부터 이런 문건을 작성하게 되었는지, 또 그동안 어떤 보고서와 활동을 해왔는지 전반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상황분석팀이 본연의 업무와 무관한 영역에 관여해 왔다면, 그 범위와 책임을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금융감독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및 직무범위 일탈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금융상황분석팀이 금융회사 현안과 산업분석 대신 기관장 개인의 이미지 관리 문건을 작성했다면, 이는 금감원의 신뢰 기반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문제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