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선의 경이로운 조화
자연과 선의 경이로운 조화
  • 편집국
  • 승인 2005.09.02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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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미술관

지난 2004년 5월 문을 연 대전 아주미술관은 국내에서 개인이 운영하는 미술관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또한 건축주가 30년 넘게 세계 각지에서 수집해 온 많은 미술품들과 건축주의 애정이 미술관 곳곳에 자리하고 있으며 미술관을 돌아보다 보면 작은 소품 하나하나도 의미 없이 놓여진 것들이 없다.

아주미술관을 찾은 날, 때 이른 장마의 시작으로 날이 흐렸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한 하늘… 한적한 미술관을 떠올리며 도착한 아주 미술관엔 필자의 예상과는 다르게 많은 방문객들이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시원하게 쭉 뻗은 플라타너스 가로수 길 을 지나 작은 모퉁이 길로 돌아서면 나즈막한 언덕위에 아주미술관이 보인다. 구역정리가 반듯반듯 잘 정리된 주차장은 아니지만 자갈이 넓게 깔린 주차장이 보이고 콘크리트 구조물로 된 기하학적 형태의 선이 살아있는 아주미술관이 한적한 숲을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다. 진입로에서 바라본 아주미술관의 전경은 그저 딱딱한 콘크리트 구조물로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

하지만 미술관에 들어가는 순간 그 생각은 이내 사라지고 만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것은 입구를 따라 길게 자리하고 있는 연못. 그리고 그 위에 앙증맞게 피어 있는 연꽃들이 빗방울에 이는 작은 물결위에 진한 초록빛 자태를 뽐내고 그 사이에 분홍빛 꽃 봉우리들이 딱딱한 공간에 여유를 불어 넣어주고 있다.

연꽃에 빼앗긴 시선을 돌려 가다 보면 현관 쪽을 향해서 긴 경사로가 있고, 그 끝부분쯤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경사로가 보인다. 철재와 나무로 이루어진 2층 경사로 일반적인 시멘트 건물에서 들리는 발자국 소리가 아니다. 터벅터벅 삐걱삐걱 철재와 나무의 어울림, 작은 조화의 소리가 들린다.

터벅터벅 삐걱삐걱 소리와 함께 걸음을 옮겨 2층 경사로를 올라가면 입구에서부터 과장되리만큼 길게 내 뻗은 기둥과 기둥사이의 아주 미술관 현판이 걸려있는 주 건물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투박한 콘크리트의 마감이 그대로 들어나 있지만 조그만 사각의 창들이 건물 전체에 자리하고 있다. 밖과 안, 안과 밖이 작은 창과 창을 통해 서로 교차한다.

작은 프레임의 창과 창 사이로 빛은 쉼 없이 들어오고 나가고 숲이 보이고 건물이 보이고... 이 느낌을 설명하자면 어릴 적 문풍지에 작은 구멍을 내어 안과 밖을 들여다보는 듯한 기분 이랄까? 어릴 적 손가락에 침을 발라 문풍지에 구멍을 뚫고 집의 안과 밖을 바라보던 그 느낌이 투박한 콘크리트 건물에서 그대로 전해져 온다. 그리고 이런 재미들은 건물 곳곳에 숨어져 있다.

작은 창과 큰 창. 아주 미술관은 창이 있는 미술관이다.

건물 외부와 안, 그 모든 공간엔 창이 살아있다. 얼핏보면 건물 전체의 수직과 사선, 수평의 선들이 어지럽게 놓여져 있지만 건물을 돌다보면 선과 선이 만나 작은 창을 이루고 그 창을 통해 자연을 담아내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어느 한 곳에 선도 의미없이 존재하고 있지 않다.

계단 위로 뻗어있는 기둥과 기둥 사이에도 작은 풍경이 들여다보이고 지붕과 지붕사이, 건물과 건물 사이에도 자연을 향해 창을 열어 놓은 듯 하늘이 보이며 나무가 보이고 빛이 통하고 바람이 통한다.

아주미술관의 2층은 방문객들을 위한 휴식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는데, 2층의 공간 또한 예사롭지 않다. 현대적이고 세련된 특수 강판으로 이루어져 부식이 한창인 카페와 맞은편에 자리하고 있는 고즈넉한 한옥의 풍경.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건물은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비웃기라도 하듯 너무나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한 공간에 이렇게 다른 느낌의 건축물이 전혀 이질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물과 기름처럼 서로 다른 성질의 것이 몇 방울의 유화제로 섞이듯 한옥과 강판으로 이루어진 카페! 그 어울림의 유화제는 바로 자연이 아닐까 싶다.

선이 살아 있는 미술관. 선을 살려 수많은 창을 만들고 그 창을 통해 주변의 풍경을 미술관 안으로 끌어들여 자연의 아름다움을 미술관 전체의 공간에 배치해 그 어떤 이질적인 사물도 자연의 넉넉한 품속에서 편안하게 자리 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발걸음을 머물게 하고 차 한 잔의 여유를 찾게 하는 미술관.

누구나 이곳을 한번 방문해 본 사람이라면 주변의 지인들과 다시 한번 방문하게 되지 않을까 싶은데, 아주 미술관의 이런 느낌은 처음 건물을 설계할 당시부터 의도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30년의 긴 기다림과 준비 끝에 건물을 세우게 된 아주미술관 이재흥 관장은 건물 설계를 맡은 한남대 김억중 교수에게 이런 부탁을 했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부담없는 건물!  그게 제가 바라는 미술관의 모습입니다.”

아주미술관은 현재 위대한 가문과 미술이라는 주제로 르네상스 특별전을 열고 있는데, 처음 설계에서부터 완공 후 지금까지 지역민들에게 편안한 휴식과 체험의 공간으로 문을 열게 되었다는 이곳! 이 여름이 다가기 전에 많은 이들이 미술관을 방문해 미술과 문화 그리고 미술관 곳곳에 살아있는 자연의 미와 여유를 한껏 느껴보길 바란다.

문의 : 042-863-0055
/ 홍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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