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현대건축의 기린아 ‘안도 다다오’의 작품은 르 꼬르뷰제의 축소판이다.
‘안도 다다오’는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지 않은 건축가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세계건축여행을 하면서 건축에 관한 지식을 몸소 체험한 후에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일본에서 가장 잘 알려진 건축가이다. 그가 세계에서 가장 빛을 잘 이용한 건축가로 손꼽히는 루이스 칸의 도법을 노출 콘크리트 벽면에 접목시킨 작품이 바로 ‘빛의 교회’이다. 이 교회는 의외로 오사카 외곽의 조용한 동네 한가운데에 있었다.
나는 항상 작지만 예쁜 교회에 가보고 싶었다. 어릴 적 크리스마스카드를 그릴 때마다 언덕위에 있는 빨간 경사지붕의 예쁜 예배당 위로 내리는 흰눈을 상상하면서 그리던 그런 교회는 아니었다. 빛의 교회로 향하면서 하늘이 내려준 빛을 사랑하는 곳에 가서 무릎을 꿇고 있으면, 어떤 기분이 들까 하는 설렘이 앞섰다. 하지만 도착하여 안으로 들어서니, 동네 어귀에 있는 작은 교회가 아무런 꾸밈도 없이 정갈한 모습으로 내 눈앞에 펼쳐질 뿐이었다.
1989년 준공한 이 교회의 규모는 250여 평의 대지에 단층 34평 정도의 작은 규모이다. 간사이 지방의 중심도시 오사카 교외 이바라키시의 주택가에 위치한 이 교회의 주변은 평범한 주택가로 유난히 전신주와 전깃줄이 이리저리 휩싸여 있을 정도로 수수하였다. 대지 안에는 기존의 허름한 목조 교회와 목사관이 있고 교회는 도로편의 빈 공간에 증축하였다.
더욱이 부유한 동네도 아닌데다, 예산도 그리 넉넉하지 않기에 이 구조는 가장 단순하고 쓸모있으면서 원초적인 공간을 추구한 결과에 대한 대답 같았다. 때문에 어떻게 보면 바닥, 벽, 천장이라는 건축의 기본적 요소만으로 구성된 단순한 상자이고, 지극히 한정된 십자가 형태의 개구부를 제단 전면에 두어 한줌의 빛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전부였다. 건물 내부 정면 벽에 십자형으로 뚫린 공간 사이로 들어오는 따스한 햇볕은 신비로울 정도로 또렷한 십자가를 연출시킨다.
이 십자가 공간에는 당초 유리를 끼울 예정이 없었다. 지금은 비와 바람이 들어온다는 이유로 유리가 끼워졌지만 콘크리트 개구부 자체를 즐기려 하였던 것이다. 밖이 밝을수록 안으로 스미는 빛으로 인하여 십자가가 확연히 떠오르고, 벽이나 천장 면에 되비치는 빛의 십자가가 성스러운 감각을 증폭시켜 더욱 긴장감이 돌게 된다.
단출한 입구를 들어서면 내부의 바닥과 가구는 거친 널판을 이용하여 만들어졌고 검정색 오일 스테인으로 마감되어 있다. 내부에 있는 모든 가구의 형태는 지극히 단순하여서 적은 비용과 평범한 재료로 아름답고 튼튼한 가구를 만들고자 한 노력이 엿보인다. 표면의 마무리도 세심함보다는 자연스러움을 돋보이게 하였다. 가구, 제단, 바닥 모두가 그러한 방식으로 마무리되어 있기에, 건축물의 기하학적인 형태와 단촐하고 소박하게 진열된 가구는 조화를 이루고 있다.
최근 웰빙바람을 타고 자연주의자들이 콘크리트로 건물에서 살면 두뇌활동이 저하된다는 주장을 하면서 나무와 흙으로 된 집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콘크리트 거친 면이 직접 노출된 마감으로 단순하면서도 모든 표현을 자제한 건축가의 형태적 감각을 보면 무엇이 더 자연친화적인가 의구심이 생긴다. 누군가는 안도의 그러한 감각 때문에 일본인이 콘크리트 건물을 더욱 사랑하게 됐다고 하지만, 그 폐해로 수명이 단축되었다고 혹평을 하기도 하였다니, 아이러니컬하다.
‘빛의 교회’는 대규모 교회만을 지향하는 우리의 사정과 견주어 볼 때, 건물의 규모가 크다고 해서 아름다운 건축이 아님을 잘 일깨워 주었다. 일반적으로 축소지향적인 일본인의 생태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감동을 주기에 충분한 이 곳. 빛의 근대건축의 거장 르꼬르뷰제가 설계한 프랑스의 론상교회당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교회로 꼽히는 이유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
글 ·사진 / 유병우 소장
유병우 소장은 충남고, 충남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했으며 꾸밈건축평론상을 수상하고 대한민국 건축대전 초대작가를 역임했다.
현재 CNU 건축사사무소 소장이며 저서는 판시도, 대전의 건축, Once In Every Lifetime 등이 있다. http://www.ucnet.p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