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씨 좋고 친절한 813번 멋쟁이”
“마음씨 좋고 친절한 813번 멋쟁이”
  • 정양화 기자
  • 승인 2006.09.07 1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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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바이러스 전도사 - 시내버스 운전기사 신현희 씨

“너무너무 행복합니다. 오늘 어떤 승객을 만날까 하는 설렘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사랑하는 아내, 14개월된 사랑하는 아기가 있는데 어떻게 행복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대전동물원에서 대덕구 송촌동 선비마을아파트 방면을 운행하는 813번 시내버스(대흥교통) 운전기사 신현희(33)씨는 ‘행복하냐’는 질문에 오히려 당황스러우리만치 당당하게 반문한다.

   
버스는 서비스다
신현희씨 일과는 새벽 4시에 시작된다. 우선 바지런하게 씻고 옷을 말끔하게 입은 다음 머리를 다듬는다. 깔끔한 외모도 승객에 대한 서비스의 중요한 포인트라는게 그의 신념.

“안~녕하세요. 어~서오세요.” 목소리도 우렁차게 승객에게 인사하며 첫 운행을 시작한다. 당황해 하는 승객들도 있지만 신씨의 813버스를 한 번이라도 탄 경험이 있는 승객이라면 얼굴에 웃음꽃이 만발하다.

“인사는 자체만으로도 그 빛이 발하지만 조금 더 생각하면 모든 서비스의 시초가 됩니다. 승객들과 인사조차 나누지 않는다면 표정부터 무뚝뚝해지기 마련이잖아요. 그렇다고 억지로는 못해요. 손님들에 대한 사랑으로 4년 동안 이렇게 인사나누고 있습니다.”

신씨는 승객들과 기분 좋게 대화를 나누는 813번 멋쟁이 버스기사로 통하고 있다. 또 소속회사인 대흥교통 동료들에게도 인사성 밝고 유쾌한 사람으로 호감을 얻고 있다.

충남 논산에서 출생한 그는 어릴 때부터 특별히 모난 것 없이 긍정적이고 즐겁게 생활하는 소년이었다. 그렇다고 그의 선천적인 성격만으로 친절 서비스를 실천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즐겁고 유쾌한 성격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휴일에도 승객들을 생각하는 괴짜 운전기사
신씨는 쉬는 날에도 승객들을 생각하는 좀 유별난 운전기사이다. 어떻게 하면 보다 나은 서비스를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승객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보내는 것. 한 예로 그는 쉬는 날 책을 읽으며 감동적인 격언과 시를 스크랩 해놓았다가 버스 창문에 붙여 승객들이 볼 수 있게 한다. 또 천원짜리 지폐를 낸 승객에게 100원의 거스름돈을 줄 때도 승객이 허리를 굽히지 않도록 직접 건네주는 배려도 잊지 않는다.

그의 이같은 승객사랑은, 승객들의 사랑으로 되돌아온다. 신씨가 운전하는 버스를 타보았던 승객들은 그를 다시 만나면 “지난 번 신현희씨의 버스를 타고 하루가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너무 고마워요”, “신현희씨 덕분에 제 인생이 달라졌어요. 기사님 뵙고 소극적이었던 제 살아가는 방식을 바꾸게 됐어요” 등 신씨에 대해 입이 마르도록 감사의 뜻을 표한다. 게다가 대전시청 홈페이지에는 그에 대한 칭찬의 글이 쇄도하고 있다.

<네티즌 _ 황모씨의 글>
813번을 우연히 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버스 기사님이 “안녕하십니까”하면서 먼저 인사를 하시더군요.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타실 때면 “천천히 올라오세요. 조심하시구요”라고 하시며 시종일관 웃음으로 승객을 태우셨습니다. 내릴 때도 “안녕히 가십시오. 좋은 하루 되십시오” 버스가 신호등에 걸려 서 있다가 출발하면 “자, 출발합니다. 꽉 잡으세요” 등으로 우리 승객을 배려하는 마음씨 좋고 친절한 멋쟁이 813번 기사님, 정말 고맙습니다. 기사님 때문에 오늘 하루 정말 기분이 무척 좋았습니다. 기사님 같은 분만 계시면 버스의 서비스가 엉망이네, 신호를 잘 안 지키네 등의 이야기 아무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813번 신현희 기사님 화이팅!

기분승객들의 이같은 성원에 힘입어 그는 2004년 8월, 대전 대중교통 대표 친절기사로 시장표창을 수상하고 2005년 대흥교통 사장 표창까지 받았다. 상을 받았을 때 그는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알고 맡은 바 최선을 다하겠다”며 승객 서비스를 한층 높이겠다는 다짐을 새로이 했다고.  

그런 그에게도 슬럼프는 있었다. 4개월 전 어느 손님에게 “인사 안 해도 되니 운전이나 잘하세요”라는 가시돋힌 말을 듣게 됐다. 그 한마디가 어찌나 마음에 비수로 꽂히는 지 일주일 동안 손님들에게 인사를 하지 않았다. “바쁜 세상 손님들께 인사하는 것을 구차하게 느낀다면 인사 하지 말자고 마음먹었지요. 그런데 인사하지 않은 다음날부터 놀라운 일이 벌어지더군요.”

놀라운 일은 바로 신씨에게 손님들이 먼저 인사를 하며 웃음을 지어 보이던 것. 신씨는 밀려오는 감동으로 눈물까지 쏟으며 손님들의 격려와 반가운 인사로 에너지를 재충전하고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왔다고. 


14개월된 예쁜아기와 사랑스런 아내
신현희씨는 사랑하는 아내와 14개월 된 예쁜 아기가 있는 수줍은 신랑이다. “아기 이름이 연서(然舒)인데 아이가    무엇을 하든지 올바르게 성장하고 건강하게 커주었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지은 이름이에요.” 예쁜 아기도 그에게 소중하지만 오늘날의 신현희씨가 있는 것도 다 아내 덕분이라고.그의 아내는 녹초가 되어 돌아온 남편의 어깨를 주물러 주며, 건강음료를 챙겨주는 천사같은 아내다.

‘내가 처한 땅에서 내가 당한 모든 일에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최선을 다한다’는 좌우명을 가지고 하루의 순간순간을 소중하고 값지게 보내고 있는 신현희씨. 사소해 보이지만 특유의 친절과 사랑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행복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지 증명해 보인 그가 앞으로도 많은 시민들에게 기쁨을 주고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하길 소망해 본다.  

* 이 기사는 이예슬씨(대덕구 법동)가 제보해주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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