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뉴스 유규상 기자] 아산시의회가 올해 10차례의 회기 중 9회차 회기를 마무리하고 있다. 3월과 10월을 제외하고 매달 회기가 이어지다 보니, 시간은 더욱 빠르게 흘러간다. 눈 내리던 지난 1월, 홍성표 의장의 음주 추태가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는데, 어느덧 시월을 앞두고 있다.
이번 제262회 임시회 핵심은 단연 시정질문이다. 주민 숙원사업, 재해 예방, 정책 방향 등 다양한 질의가 이어졌지만, 유독 시선이 쏠린 부분이 있다. 바로 지난 4월 재선거를 통해 취임한 오세현 시장의 인사 운영 문제와, 여전히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풍기역지구 도시개발사업 의혹이다.
풍기역지구, 오세현 시장의 그림자
풍기역지구 도시개발사업의 시작은 2016년 모종동 난개발 방지 차원에서 시작된 기본구상 용역이었다. 이후 2018년, 오세현 시장이 민선7기 아산시장으로 취임하면서 상황은 급변한다. 당시 ‘도시개발 후보지 타당성 용역’에서 풍기지구가 1순위로 선정되었고, 공교롭게도 그 구역 안에는 오 시장 가족 명의 토지가 포함돼 있었다.
“왜 제척하지 않았는가?”라는 물음은 지금도 유효하다. 오 시장은 “담당 국·과장에게 제척을 지시했으나 도시개발 특성상 땅을 넣고 빼는 것이 불가능했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그러나 시민들의 눈높이에서 이 해명은 궁색하다. 사업 시작부터 사적 이해관계가 개입된 상황이라면, 더 강력한 조치와 투명한 공개가 뒤따라야 했다.
금강유역환경청의 부동의, 그러나 강행된 풍기역지구 개발
2020년 8월, 아산시는 풍기역지구 도시개발사업과 관련하여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른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금강유역환경청에 제출했다. 두 달 뒤인 10월, 회신 결과는 ‘부동의’였다. 주요 이유는 ▲아산시의 현재 인구와 계획 인구의 차이에 따른 계획인구 과다 추정 ▲실질적인 주택 수요 기반의 사업계획 및 계획인구의 적정성 부족 ▲계획 부지 내 산림의 원형 보전 필요성 ▲공원·녹지 조성계획의 미흡함 ▲관계기관 및 주민 의견 수렴 부족 등이었다.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하지 못했다는 점이 명확히 지적된 것이다.
아산시는 이러한 의견을 반영해 2021년 5월, 다시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하여 7월 금강유역환경청의 협의 의견을 충남도로부터 전달받았다. 그러나 결과는 1차 때와 마찬가지로 부정적이었다. 이번에는 더욱 구체적인 우려가 제기되었다. ▲도시 확산 심화 ▲생태축과 농업생산축의 훼손·단절 ▲연접한 대규모 택지개발과의 누적적 환경부하 증가가 대표적이다.
특히, 금강유역환경청은 “구도심 지역의 황폐화 방지와 연계하여 기존 구도심을 활용한 재개발·재생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이는 단순히 풍기역지구 사업의 환경적 타당성을 넘어, 도시 전체의 균형발전 전략과 직결된 문제를 짚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산시는 사업을 멈추지 않았다. 환경청의 부정적 의견과는 다른 방향에서 계획을 보완·수정하며 사업을 계속 추진했고, 결국 2023년 1월, 「아산 풍기역지구 도시개발 구역지정 및 개발계획 수립, 지형도면 고시」가 확정되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무려 29개월이라는 긴 협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재정적 부담도 커졌다. 당초 용역 결과에 따른 예상 비용은 약 1,750억 원이었으나, 2024년 8월 기준으로는 1,945억 원까지 늘어났다. 불과 2년 5개월의 기간 동안 약 200억 원의 예산이 증가된 것이다. 이는 단순한 비용 증가가 아니라,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지연과 갈등이 결국 시민의 세금으로 귀결된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풍기역지구 도시개발사업은 이제 본격적으로 추진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아산시에 남겨진 과제는 여전히 크다. 환경과 개발의 균형, 구도심과 신도심의 조화, 장기적인 도시 지속가능성은 앞으로도 풀어야 할 숙제다. 단순히 사업을 성사시키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누구를 위한 개발이며, 어떤 미래를 지향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다.
특정감사와 이해충돌, 누락된 도의적 책무
2021년 LH 땅 투기 사건은 온 나라를 분노케 했다. 아산시 역시 특정감사를 벌였지만, 정작 시장·부시장·4급 이상 고위공무원은 본인만 감사 대상에 포함됐을 뿐,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은 빠졌다. 반면 해당사업부서의 직원들은 가족까지 샅샅이 조사받았다. 공정성 잣대가 애초부터 달랐다.
더욱 심각한 것은, 당시 특정감사 과정에서 오 시장은 풍기역지구에 가족 명의 토지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법적으로 문제 삼기 어려웠다 하더라도, 시정의 책임자로서 최소한 도의적 자기 고백은 있었어야 하지 않는가.
이후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이 제정(2021)·시행(2022)되었고, 오 시장이 민선8기 제9대 시장으로 취임하면서 관련 신고와 사업의 직무대행을 부시장에게 위임했지만, 이는 ‘사후 조치’에 불과하다. 법 이전에도 이미 「공무원 행동강령」이 존재했다. 사적 이해관계 신고, 이권 개입 금지, 청탁 금지 등 규정은 분명했으나, 당시 아산시는 이 기준을 적용했는지 알 수 없다. 결과적으로 행정은 합법이었을지 몰라도, 도덕적 책무와 정치적 신뢰는 저버린 셈이다.
행정적 문제 없음? 그러나 책임은 남는다
풍기역지구 의혹은 법정 다툼이 아니다. 핵심은 신뢰다. 아산시민들이 여전히 “풍기역 투기 의혹이 사실이냐”라고 묻는 이유는, 시장 본인의 적극 해명도, 시의 투명한 정보 공개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아산시의원이기 전에 나 또한 아산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분명히 말하고 싶다.
“‘행정적으로 하자가 없다’는 말은 더 이상 면죄부가 될 수 없다”고.
오히려 중요한 것은 도의적 책임이다. 특정감사에서의 중요 정보 누락, 행동강령 적용의 부재, 이해충돌 방지의 미흡한 인식 등은 모두 책임의 무게를 가중시킨다.
오세현 시장은 이제라도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 불투명하게 남은 풍기역지구 문제를 행정적 절차의 무결성 뒤에 숨기지 말고, 도의적 책임과 정치적 진정성으로 매듭지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의혹을 해소하고 시민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