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뉴스 최형순 기자] 인구 밀도가 높고 국토가 협소한 일본은 도시 환경에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오랜 시간 다양한 친환경 정책과 도시전략을 시도해왔다.
특히, 쓰레기 처리, 지역 먹거리 순환, 대중교통 시스템 전환, 친환경 매립지 조성 등 4대 분야에서는 기술과 제도, 시민참여를 정교하게 융합한 독자적 모델을 발전시켜 왔다.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 김현옥 의원은 "이번 일본 공무 국외연수를 통해 접한 여러 도시의 사례는 단순한 선진기술이나 제도를 넘어, 도시정책의 철학과 운영방식에 대한 깊은 고찰과 도시의 미래를 위한 실질적 시사점을 주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종시가 지속가능한 도시로 나아가기 위해 일본의 선진 사례들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세종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자원 순환 시스템 구축, 지역 상생 모델 발전, 그리고 효율적인 대중교통 시스템 혁신을 통해 미래 세종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혐오시설의 반전! – ‘쓰레기장이 예쁜 곳이라니’
교토의 환경보전센터는 도심 한복판에 있음에도 악취나 소음이 거의 없는 이유는 밀폐형 설계에 고급 기술이 접목된 결과로 심지어 남는 폐열은 지역난방에 활용되고, 시민 교육과 축제 장소로도 손색이 없었다.
소각장이 단순한 ‘혐오시설’에서 ‘도심 자원 플랫폼’으로 거듭난 모델로 일본의 도심형 소각시설은 기술력과 도시설계, 시민 수용성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기능성과 친환경성, 공공성을 모두 담아낸 사례로 주목받는다.
완전 밀폐식 구조, 고성능 여과 장치, 최신 연소 기술을 통한 배출물 관리를 철저히 하며, 폐열은 공공시설의 지역난방과 온수 공급에 활용될 뿐만 아니라 시민 견학 프로그램과 환경교육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혐오시설이라는 부담감을 줄이기 위해 주변에 심었던 벚나무가 자라서 벚꽃 축제의 명소로 활용되고 있어‘환경부담’이 아닌 ‘환경가치’로 전환된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 지산지소(地産地消) – 도시와 농촌의 상생
‘지산지소(地産地消)’, 즉 지역에서 생산한 것을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원칙은 일본 전역에 확산되고 있으며, 그중 미야자키현은 이 개념을 지방 상생 전략과 유기적으로 연계해 성공적인 모델을 보여준다.
미야자키현은 지역 농수축산물에 대한 인증제와 식재료 원산지 표시제를 도입해, 일정 비율 이상의 지역산 식재료를 사용하는 식당과 급식 시설에 ‘미야자키산 사용’ 인증을 부여하고 있다. 소비자는 투명한 정보를 바탕으로 선택할 수 있고, 생산자는 안정된 판로를 확보하게 된다.
오이카와(大井川)는 이 시를 흐르는 대표적인 강으로, 시마다시는 이 강을 중심으로 자연과 역사, 녹차 생산지로 유명하며, 증기기관차가 실제로 운행되는 일본의 전통적인 풍경과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지역 환경의 장점을 농업 협동조합, 시마다시 그리고 오이카와 철도, 중일본 고속도로 등 4자 연계 협력으로 연간 29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곳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학교 급식에서 지역산 농산물을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아이들에게 지역 농업의 가치를 체감하고 이해하게 만든다. 결국 관광도 살리고, 일자리도 늘고, 지역공동체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 도로 위의 지하철 – 일본형 BRT(Bus Rapid Transit) 시스템
교통 부문에서는 ‘도로 위의 지하철’이라 불리는 BRT 시스템이 도시 재생과 고령화 대응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본의 BRT는 전용차로, 정류장 플랫폼, 우선 신호, 정시 운행 등 철도 수준의 서비스를 버스로 제공함으로써 대중교통의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대표적으로 이와테현 가마이시선 BRT는 동일본대지진으로 폐선된 철도 노선을 BRT로 전환한 기술 혁신 사례로 쓰쿠바시의 환승 시스템은 자전거까지 연계되어 탄소배출을 줄이고, 친환경 도시 이동성 강화에도 기여하고 있으며 승객 편의를 위해 정류장 도로 설계도 세심하게 고려해서 접근성까지 높여 도시 이동성 혁신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 폐기물 매립지가 공원으로 변신
일본은 폐기물 처리에 있어 ‘소각 후 잔재물만 매립’하는 정책 기조를 유지하며, 매립지의 안전성과 환경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 특히 도심 인근 해역에 조성된 해상 매립지는 단순한 폐기물 저장소를 넘어, 다 기능적 도시 기반시설로 재탄생하고 있다.
도쿄의 유메노시마(夢の島, 꿈의 섬)는 과거 쓰레기 매립지였던 공간을 대형 공원, 식물관, 체육시설로 탈바꿈시킨 상징적인 사례다. 오염 방지를 위한 다층 차수 구조, 침출수 처리 시스템, 매립가스 회수 시설 등은 기술적 완성도를 보여주며, 현재는 시민의 쉼터이자 환경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도쿄 ‘유메노시마’, 오사카 ‘마이시마’는 소각 잔재물을 매립해 오염을 최소화하고, 공원과 산업·물류기지로 재탄생해 시민 공간 및 경제 기반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매립지의 활용을 일회성 처리에서 지속 가능한 도시자산으로 승화시킨 대표적 사례로 소개하고 있었다.
■ 절약도 문화! – 에너지 효율의 끝판왕
가전제품 제조사는 ‘최고 효율 제품’을 기준으로 경쟁하고, 시민들은 골목 조명부터 대기전력까지 꼼꼼히 절약하는데 기업은 에너지 절감 전문가와 손잡고 효율을 높이고 있는 등 ‘에너지절약’이 생활 습관 그 이상, 하나의 문화다.
전력 자유화 이후 요금제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게 되면서 기본요금을 줄이는 방법까지 생겼고, 에너지 절약법에 따라 기업들이 에너지관리자를 두고 계획적으로 절감하고 있으며, 경쟁력 있는 기술 개발 설비에 대한 세제 혜택도 제공되고 있다.
특히 에너지절약 전문기업의 역할이 강화되면서 기업의 에너지 효율 개선이 전문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 기술만으로론 부족하다 – 시민이 만드는 도시
도시의 지속가능성은 기술과 시민의 태도가 함께할 때 비로소 빛을 발하게 된다. 이번 연수를 통해 체감한 일본의 도시전략은 결국 ‘기술적 해결’과 ‘시민의 수용성’이 균형을 이룰 때 지속가능성이 실현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쓰레기 처리장에서부터 도시 식생활, 대중교통, 매립지까지 일본은 환경과 사회, 경제를 엮어낸 순환형 도시 모델을 성실하게 다듬고 있었다.
사전 예약한 기관 견학만큼이나, 일상 속에서 마주친 작지만 깊은 장면들이 큰 울림을 주었다. 새벽녘 조용한 공원에서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어르신들, 정갈하게 정돈된 자전거 주차장, 거리의 자판기와 편의점, 자율적으로 질서가 유지되는 온천 목욕탕 등은 도시의 외형이 아닌, 시민들의 내면적 태도를 보여주는 거울이었다.
전통을 지키며 장인의 길을 걷는 이들의 모습도 인상 깊었다. 빠르게 변하는 세계 속에서도 ‘속도보다 깊이’를 추구하는 문화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또 하나의 방향일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