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do it! Direct Action! 밴드 BliTz
Let's do it! Direct Action! 밴드 BliTz
  • 월간토마토 성수진
  • 승인 2012.06.15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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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우리만큼 강렬한 밴드 BliTz와의 인터뷰

리허설 하는 눈빛부터 심상치 않다. 리허설 때부터 저리 쏟아내도 되는 걸까. 이글이글 열 개의 눈동자가 바삐 움직인다. 서로 눈빛을 주고받고 연주 소릴 확인한다.

▲ 밴드 BliTz
본 공연이 시작되고, 리허설 때 모습은 진짜 BliTz의 빙산의 일각이었단 걸 깨닫는다. 무서우리만큼 강렬한 연주와 노래가 ‘공습’이라는 밴드 이름처럼 좁은 라이브 하우스 안을 꽉 채운다. 며칠 후 만난 이들은 공연 때와는 또 사뭇 다른 모습이다. 진지하지만 장난기 있는 모습에, 무대를 보며 느꼈던 긴장감은 살짝 내려놓고 이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다
▲ 권순도
보컬 권순도(29세)를 제외한 넷, 기타 송영찬(31세), 강현석(28세), 베이스 장준영(30세), 드럼 정영석(28세)은 한국교원대학교를 함께 다녔다. 같은 밴드 동아리, 그리고 라이벌 밴드 동아리에서 만나 알게 되었다.

“제 역할이 중요했죠. 순도 형이 공주교대에 다니고 제가 고등학생이던 시절에, 순도 형한테 음악을 배우러 다녔어요. 그리고 잊고 지냈는데, 공무원음악대전에 나가려고 프로젝트 밴드를 준비하면서 보컬이 없어 고민하다 순도 형을 생각해냈어요.” 강현석 씨 이야기다.

스스로 자신의 역할이 중요했다 말하는 강현석 씨는 팀에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까지 맡았다. 사진을 찍으면서도 이 포즈, 저 포즈를 취하며 웃음을 만들어 낸다.

▲ 장준영
장준영 씨는 이들 모두가 처음 만난 날을 기억하고 있다. 2010년 12월 31일이었다. 권순도 씨를 만나 바로 오디션을 보고 함께하기로 한 날이다.

이쯤 되면 야누스라 해도 될까
BliTz 무대를 보면 누구라도 ‘뭐하는 사람들일까?’ 하는 궁금증을 가질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직업을 알고 나면 정말이냐고 되묻게 된다. “정말요?”

이들의 직업은 교사다. 음악을, 직업과 연관 짓는 것이 참으로 멋없는 일이지만, 이들의 직업이 무언지 듣고 났을 때 드는 의아함은 감출 수가 없다. 긴 부츠에 가죽 재킷, 바지에 감은 체인, 귀에는 피어싱, 강렬한 연주에 헤드뱅잉…. 이들 중 셋은 초등학교 교사라니 이쯤 되면 야누스라고 해도 될까.

교사 생활과 음악 활동을 같이 하는 것이 어렵단다. 시간도 여의치 않다. 하지만 음악 활동 때문에 교사 생활에 소홀한 것은 절대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영화 보고, 커피 마시고, 드라이브하는 시간을 저는 음악에 쏟는 것일 뿐이에요. 개인 시간을 포기했다고 할 수 있죠. 교사로서도 완벽하고, 음악도 열심히 하고 싶어요.” 송영찬 씨의 이야기다.

▲ 강현석
강현석 씨는 고3 담임이다. 학생들이 꿈을 위해 노력하고, 힘들어하는 과정이 더 잘 와 닿는 이유는, 자신 역시도 꿈이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학생들에게 잘 통하는 교사로 통한다. 인기 역시 많은데, 이것에도 고충이 따른단다. “아이들이 교무실에 먹을 것을 쌓아 두는데, 어떤 건 먹고, 어떤 건 남겨 두고 하면 안 돼요. 고루고루 먹어야 아이들이 서운해하지 않거든요.” 그는 이렇게나 세심한 교사였다.
음악활동 하는 것이 교사 생활에 활력을 준다.

주말에 공연이라도 하면, 월요일에 학생들에게 주는 기운이 훨씬 생기 있다. “가지고 있는 사람이 남들에게 줄 수 있는 법이라고 하잖아요. 음악활동은 저희에게 활력을 줍니다.” 정영석 씨는 말한다.

장준영 씨는 조금 다른 생각이다. 교직과 음악을 철저히 분리한단다.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이니 그것 자체로 중요하다고.

하나씩 열매 맺어가다
▲ 송영찬
‘2010년 공무원 음악대전’에서 금상을 수상, ‘2011년 우리 선생님 최고, 송년드림 콘서트, 선생님 사랑 음악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두 대회 모두 송창식의 ‘담뱃가게 아가씨’를 새로 편곡한 곡으로 상을 받았다. 상금이 각각 2백만 원, 5백만 원이었다. 받은 상금이 모두 어디로 갔느냐 물었더니 간단한 대답이 돌아온다. “앨범 제작하는 데 썼죠.”

올 2월, 다섯 곡이 담긴 EP 앨범 'R. U. Ready'를 발매했다. 4개월 동안 틈틈이 서울을 오가며 작업한 앨범이 나왔을 때, 정말 감격스러웠다. 예상보다 앨범 질도 좋아 만족스러웠다고.
그동안 많은 응원을 보내준 지인들, 팬들을 위해 쇼케이스를 무료로 열었다. BliTz가 속한 그린빈 레이블의 고향인 ‘버찌 라이브 하우스’에서 쇼케이스를 하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인스카이투’에서 그린빈 레이블 공연을 했다.

이를 시작으로 대학 축제에서, 대전 인디 뮤직 페스티발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워낙에 과격한 연주이다 보니 무대에 설 때마다 체력적으로도 힘도 들지만 격렬한 헤드뱅잉은 멈추지 않는다.

“앞에서 노래하다 보면, 멤버들이 어떻게 연주하고 있는지 보지 못해요. 하지만, 소리로 그 모습이 그러지거든요. 함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하나가 된다는 느낌이 정말 좋습니다.” 권순도 씨의 이야기에, 장준영 씨도 한 마디 거든다. “지쳐서 가만히 연주하고 있다가도, 다른 멤버들이 헤드뱅잉 하며 격렬하게 연주하고 있으면, 저도 더 열심히 연주하게 돼요. 관객과의 교감, 멤버와의 교감이 카타르시스를 불러 일으켜요.”

고집스러운 음악 지키기를
▲ 정영석
처음 그린빈 레이블에서 함께하고 싶다는 제의를 받았을 때 기뻤다. 다른 생각은 할 겨를도 없이 바로 예스를 외쳤다. 제의를 받기 전부터 그린빈 레이블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 함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단다. 레이블에서 활동하며 CD 만드는 과정과 유통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레이블 대표인 ‘태수 형’이 없었으면 힘들 뻔했다고 입 모아 이야기한다.

자신들의 음악을 ‘고집스럽다’고 표현하는 BliTz. 말랑말랑한 음악이 인기를 끄는 요즘, 강렬한 음악의 BliTz가 차지하는 자리는 조금 더 묵직하다. 노랫말에서도 이들이 자리한 특별한 위치가 드러난다.

아메리카노가 좋다는 둥, 날 좋아해 달라는 둥,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노랫말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인기를 끄는 와중에, 이들의 노랫말은 추상적이다. ‘차가운 너의 두 손에 나의 껍데기가 쥐여있어’라고 노래하고, ‘붉은 심장으로 오늘 밤을 태워’라고 노래한다.

▲ 밴드 BliTz
고집스러운 음악을 지키고 싶다는 이들. 대전은 물론이고 다른 지역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앨범이 없었을 때엔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이제는 들어보라고 권유할 것이 있어 좋다고 이야기한다. 7월부터는 디지털 싱글 작업을 시작한다.

시간이 흘러 허리디스크가 올 때까지 연주하고, 노래하고 싶다는 이들이 외친다. “R. U. Ready?"

앞으로도 활발할 활동을 기대하며, BliTz의 공연을 볼 사람들에게, 가방은 미리 맡겨 두는 편이 좋다고 권유한다. Let's do it! Direct A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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