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의 자랑스런 숲, 몰톤수목원
시카고의 자랑스런 숲, 몰톤수목원
  • 편집국
  • 승인 2005.09.02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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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우 소장의 지구촌건축 나들이 ⑤

‘수목원은 무엇인가? 그곳에는 나무가 있고, 사람이 있고, 즐거움이 있다.’
라는 문구가 눈에 우선 들어오는 시카고 인근의 몰톤 수목원(The Morton Arboretum)을 돌아보기 위하여 시카고에 머무는 바쁜 일정 중 하루를 쪼개어 찾아 나섰다. 거대도시인 시카고 도심에서 40여km 반듯하게 서쪽으로 향한 라이슬(Lisle)지역에 있는 이 수목원은 미국 중부지방의 핵을 이루는 시카고 시민이 가장 사랑하는 장소 중 하나이다.

실로 그 규모가 200만평(1,700에이커)으로 동서축의 길이만도 5km정도이니까, 처음 가는 사람은 출입구를 찾는 데만도 시간을 낭비하기가 일쑤다. 최근 문을 연 국내에서 가장 큰 인공수목원인 한밭수목원의 규모가 12만평 정도라고 하니 자연수목원인 이곳의 규모는 어림잡아 짐작이 갈 것이다. 인근에 표고 100m높이의 구릉도 없는 대평원의 한편에 자리 잡은 수목원 부근으로 들어서자, 어디에서부터 시작인지 구분이 잘 되지 않을 정도로 대규모의 울창한 숲으로 온통 시야가 가려진다.

몰톤 수목원의 시작은 1922년부터다. 당시 시카고에서 조그만 소금회사(Morton Salt Company)를 운영하던 Joy Morton(1855-1934)에 의하여 탄생하였다. 사업을 하면서 늘 후손을 위한 사업을 해야겠다는 일념으로 조금씩 인근 대지를 매입해 나갔으며, 자연 그대로의 숲을 보존하는 한편 인공 조림을 시도하여 현재의 방대한 규모에 이르고 있다.

이후 자손들이 가업으로 이어받아 운영하면서 일반시민들에게 수목원으로 개방하였고, 자연을 보호하고 아름다운 숲을 같이 공유하고자 후원회원을 모집, 매년 18만원 정도를 납부하는 회원이 2만여 명에 이른다. 이 곳 입장료가 6천원 정도인데, 후원회원과 그 가족들은 연중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후원회원은 수목원 안에 있는 도서관과 휴게실 등의 제반시설을 이용하고,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함께 수목원을 꾸려가면서 자연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대전 인근의 장태산 휴양림도 비슷한 의도로 시작이 되었는데, 운영난으로 허덕이다가 결국 관에서 인수하는 과정을 지켜본 우리로써는 참여의식이 더욱 절실해 진다.
여러 갈래의 산책로 중에서 자기가 선택한 산책길을 따라 걷다보면, 온통 숲과 나무뿐이다.

많은 시민들이 숲을 산책하면서, 삼림욕을 즐기는 평화스러운 모습이 부럽기도 하였지만, 의무를 다하고 권리를 주장하는 그들의 성숙된 시민의식이 수목원으로 집결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깨끗이 정돈된 산책로를 따라서 한 시간 남짓 걸었을 때, 나무에 매달린 이름모를 야생동물들의 천연덕스러움을 보면서, 하나뿐인 이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특히 장승처럼 곧고 높게 하늘로 뻗어 올라간 나무를 타고 자라는 이름모를 야생초들의 조화로운 모습, 여기저기 쓰러져 있는 나무들이 치워지지 않은 상태로 방치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길섶에 화성에서 떨어진 듯한 괴이한 형태의 나무토막들이 흩어져 있는 광경을 보면서 자연을 사랑하는 것은 모든 것을 섭리대로 방치하여 놓고서 그들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켜보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끝부분에 이르자 오래된 건물이 한 채 있었다. 톤힐(Thornhill)교육센터, 그리고 이곳에서 나오는 천연재료로 만든 각종 기념품을 파는 휴게시설이 있다. 이 곳에서는 매주 자연사랑을 직접 체험하는 많은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인근 지구상의 모든 야생초를 모아 놓은 정원에 들려서 혹시 한국에서 온 식물이 있나 하고 살펴보니, 서너 종류가 눈에 띄었는데 반가우면서도 조금은 낯선 느낌이 들었다. Korean Boxwood와 Korean Spice Viburnum이라는 식물이었는데, 우리 주변에서 흔히 자라는 풀을 귀히 여기고 가져다 가꾸고 전시하는 그들의 습성이 무섭기까지 했다. 식목을 할 때는 꼭 미래를 생각해야 하고, 미래는 우리 자녀들이 살아갈 세상이니 더욱 자연을 아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대전에도 수목원이 개장을 하였고, 아직은 초기지만 수십 년 후에는 나무들로 꽉 찰 테니 작은 기대감을 가지고 한 번 찾아가 보는 것도 좋겠다.        


‘유병우 소장의 지구촌건축 나들이’ 코너 에서는 세계 각지를 돌며 필자가 경험한 세계의 건축물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져진다.
유병우 소장은 충남고, 충남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했으며 꾸밈건축평론상을 수상하고 대한민국 건축대전 초대작가를 역임했다.
현재 CNU 건축사사무소 소장이며 저서는 판시도, 대전의 건축, Once In Every Lifetime 등이 있다. 
http://www.ucnet.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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