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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대가 이전세대를 사회적으로 부양하는 제도가 바로 국민연금이다. 부모가 노후를 대비해 모아둔 돈이 없더라도 자식이 부모를 부양해야 하듯이 이전세대가 미리 적립해 둔 돈이 없더라도 후세대는 이전세대의 부양부담을 져야 한다. 부양부담을 회피하고 싶은 후세대가 있을 수 있으나 국가(사회)에 의해서 국민연금 가입이 강제되기 때문에 회피할 수 없다. 국민연금 가입이 의무화되어 있는 이유 중 하나다.
국민연금제도 초창기 가입자의 경우, 개인적으로 부모님을 부양하는 동시에 자신의 노후준비를 위해 국민연금도 내고 있기 때문에 연금보험료 부담을 낮게 설계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즉, 부모세대가 국민연금을 받으면서 개인적으로 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후세대는 줄어들 것이다. 때문에, 후세대는 앞선 세대에 비하여 국민연금 보험료를 좀더 많이 부담하는 것이다.
후세대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사회적으로 인구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그만큼 후세대의 부양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마치 국민연금제도로 인하여 후세대의 부양부담이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국민연금제도 시행으로 앞선 세대 역시 일정한 수준의 연금보험료를 부담하기 때문에 연금보험료로 노후자금을 미리 적립해 두지 않고 전적으로 노후를 후세대에게 의존하는 경우보다 오히려 후세대의 부양부담은 줄어든다고 보면 된다.
현재 가입자는 지금처럼 보험료율이 낮을 때 가급적 보험료를 낸 기간과 불입액을 늘리는 게 본인에게 유리하다는 말을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사회정책적인 이유에서 현세대 가입자에게 주어진 혜택을 온전히 누려야 한다는 의미다.
한편, 앞선 세대가 낸 보험료에 비하여 더 많은 연금을 받아 가기 때문에 국민연금을 아무리 잘 운용하여 수익금을 많이 내더라도 국민연금 적립기금이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적립기금이 축소 내지 고갈되더라도 국민연금제도 운영원리상 연금은 반드시 정상적으로 지급된다.
정작 중요한 것은 기금축소(고갈) 시점과 그와 연계된 후세대의 부담이다. 앞선 세대에게 혜택을 과도하게 장기간 주는 바람에 현세대에겐 더할 나위 없이 유리하겠지만 기금고갈이 앞당겨질수록 후세대의 부담은 급격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인구고령화가 한창 진행중인 시점이라면 더더욱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해결책은 인구고령화 추세에 맞춰 앞선 세대의 혜택을 조금씩 줄이고 후세대의 부담을 경감해 나가는 즉, 세대간의 혜택과 부담의 형평성을 맞추면서 기금고갈 시점을 인구구조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 때까지 늦추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세금이 결코 아니다. 누구나 맞이해야 할 노후를 설계하는 데 가장 유용한 투자수단이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성환 국민연금관리공단 대전지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