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원회 상 받은 강진원 기자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 선정
방송위원회 상 받은 강진원 기자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 선정
  • 이루리 기자
  • 승인 2006.11.10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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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JB ‘대한민국 위성독립시대를 연다’
위성독립만세 외친 2000일간의 기록

TJB 대전방송이 창사 11주년 특집으로 지난 8월 5일, 12일 방송한 2부작 다큐 ‘대한민국 위성독립시대를 연다’(연출 강진원, 촬영 송창건)가 방송위원회로부터 9월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으로 선정되었다. 99년 발사된 아리랑 1호에 비해 지난 7월 28일 쏘아 올린 아리랑 2호는 국내 주도 기술로 일궈 낸 놀라운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TJB 강진원 기자 팀은 아리랑 2호의 2000일간의 역사적 제작 과정을 꼼꼼하게 기록했고,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10월 17일 방송위원회로부터 상을 받은 강진원 기자를, 이틀 후 만나기로 약속했다.

바람을 맞았다. 그것도 면전에서. 분명 약속 시간에 맞춰 도청으로 갔는데 강진원 기자는 서둘러 회사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내 떨떠름한 인상 탓인가 싶었다. 이내 자책은 정신 건강상 좋지 않다고 판단하고, 바쁜 일정과 기자로서 인터뷰에 응하기가 겸연쩍어 그랬으리라, 믿기로 했다. 마찬가지였다, 나도. 기자 명함 들고 한참 선배뻘 기자님을 인터뷰하기란 쑥스러운 일이었으니까. 수첩에 상형문자 같은 글씨를 깨작대는 모습을 들킬 염려가 없었으니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싶었다. 서면으로 만났지만, 아리랑 2호의 발사 장면으로 시작되는 정성 넘치는 다큐를 ‘다시 보기’ 한 후라 아쉬움이 덜했다. 극도의 긴장과 인내 후 얻은 값진 결실 “상을 받는다는 것은 사실 큰 즐거움입니다. 일단 너무 기뻤습니다. 방송위원회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 상’은 공중파뿐 아니라 위성, 케이블 등 전국 모든 방송사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선정하는 것이어서 수상자로 통보 받았을 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강진원 기자는 기자 신분으로 연출을 맡다 보니, 아무래도 맛깔스럽게 다큐를 구성하는 능력은 떨어진다고 스스로 생각했었다. 그래서 후보작이 되었다는데 의미를 두었는데 뜻밖의 소식이 들려왔다. 회사 사장님을 비롯해 보도 이사님, 선후배들이 모두 자기 일처럼 반겼다. 덕분에 여기저기서 한턱내라고 난리다. 아리랑 2호는 지난 7월 28일 현지 시각 오전 11시 5분, 러시아 북극해 근방의 플레세츠크 발사장에서 발사되어 고도 685km의 태양 동기 궤도에서 활동 중이다. 아리랑 2호의 제작 기간은 약 5년. 강진원 기자 팀은 지난 2003년 아리랑 2호의 컨셉이 완성되고 탑재체 사업이 본 궤도에 올랐을 때부터 본격적으로 제작에 돌입했다. 이전 과정 역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으로부터 취재했기 때문에 총 2000일 간의 기록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오랜 기간 정성과 열정을 쏟을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의 TRW가 설계부터 제작·시험까지 주도했던 아리랑 1호와 달리, 2호는 핵심 기술을 국내 연구진의 주도로 진행했기 때문이다. 아리랑 2호의 개발로 우리나라는 위성 독자 개발 및 우주 산업화의 초석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리랑 2호는 우리나라 14년 위성 프로젝트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강진원 기자는 “아리랑 2호의 국산화율이 80%를 조금 넘는 수준이지만, 위성을 한국이 원하는 컨셉으로 설계하고, 원하는 탑재체를 개발하고, 시험해서 발사까지 책임을 지고 수행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설명한다. 연구원들은 발사 일정을 맞추기 위해 2교대, 3교대 및 주말 근무 등을 통해 위성체 총 조립 및 시험을 수행할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아주 사소한 문제점도 발생하지 않아야 하며 발생되는 문제점은 반드시 해결되어야만 다음 과정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것. 궤도상에 오른 인공위성은 수리 및 조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고도의 신뢰성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따라서 연구원들 모두 오차를 없애기 위해 극도의 긴장 상태였다고 전해진다. 이를 가까이서 지켜보고 촬영한 강진원 기자 팀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위성 개발 과정상, 100% 위성 부품을 국산화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세세한 부품 하나하나까지 우리가 만들어 자급한다는 것은 경제성이 있다고는 볼 수 없으니까요. 중요한 것은 핵심 기술인 위성 카메라 탑재체와 제어 장치, 안테나 부분 등을 우리가 갖고 있느냐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런 제작 기술을 바탕으로 만든 위성을 우리 스스로 시험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의존도 낮출 ‘아리랑 2호’
위성 관련 프로그램이다 보니 주 촬영 무대가 프랑스, 러시아 같은 우주 선진국이 될 수밖에 없었다. 외국 취재를 많이 다녀야 했고 외국의 방문 기관과 업체들을 일일이 섭외해 취재를 요청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는 회사의 도움이 없었다면 힘든 일이었다고 회상한다.

“한 두 나라가 아니다 보니 한국에서부터 준비할 때 언어도 그렇고, 워낙 전문적인 부분이라서 사전 취재가 쉽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나사, 중국의 로켓 제작사를 취재하려고 했지만 허락이 떨어지지를 않았습니다. 다행히 미국과 중국을 제외하고는 운 좋게 모든 것을 원하는 만큼 취재할 수 있었지요.”    

위성을 우주에 쏘아 올리는 발사체를 흔히 로켓이라고 하는데, 이 로켓은 그야말로 전 세계가 숨기는 핵심 기술이다. 로켓에 위성을 싣는다면 그냥 로켓이지만 핵을 싣는다면 미사일, ICBM 대륙간 탄도 미사일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로켓 기술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데, 국내외 모두 협조를 받기가 어려웠다. 강진원 기자는 이 과정에서 취재를 강행할 경우, 한국의 로켓 사업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엄포도 들어야 했다.

“흔히 다목적 위성이라고 말을 하는데 아리랑 2호는 해상도 1m급 관측 위성입니다. 이 말은 685km 우주 상공에서 지상의 1m 크기를 최소 단위로 인식하고 촬영할 수 있다는 뜻이지요. 그럼 왜 그렇게 우주에서 관측을 하려고 할까요? 이런 얘기를 해도 되는지 모르지만 군사, 정찰의 목적이 아니라면 굳이 2,633억원을 들여서 우주에 위성을 띄울 이유가 있을까 싶습니다.” 그의 말처럼, 아리랑 2호는 건물은 물론 자동차까지 식별할 수 있는 수준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할 때 우리는 지금껏 위성 정보를 미국, 일본에서 얻어 왔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아리랑 2호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떠오를 것이라 보고 있다. 1m급 위성은 세계적으로는 미국과 러시아, 프랑스, 일본, 이스라엘만이 보유하고 있다. 일본은 1m급 위성을 한반도 정찰용으로 이미 2기 띄워 놓고 있는 상태다.

이 땅에서, 우리 로켓으로,  우리 위성 쏘아 올릴 그날까지

핵심 기술로 알려진 고해상도 카메라의 경우 이스라엘과의 공동 개발로 추진되었다. 예술 작품과 다름없는 고도의 정밀성으로 인해 개발 일정이 다소 지연되기도 했다. 연구원 모두가 대한민국의 ‘눈’을 만든다는 신념 아래 불철주야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피소드는 셀 수 없이 많겠지만, 한두 가지만 들려 달라고 부탁해 보았다.

“2001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해 전쟁을 벌였을 때, 한국의 엔지니어 열 서너 명은 이스라엘에 3~4년 동안 파견되어 위성 카메라를 제작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저도 10여 일 동안 현장을 지켜봤는데 한국 최고의 광학 전문가들이 위험한 나라에서 자취 생활을 하면서도 일에 몰두하는 것을 보고 감명을 받았습니다. 덕분에 우리나라 젊은 연구원들의 땀과 의지는 불가능을 가능케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믿게 되었죠.”  

이어 강진원 기자는 2004년 3월 당시의 살벌한 경험도 들려줬다. 아리랑 2호의 위성 카메라를 공동 개발 중인 이스라엘을 취재차 또 방문했다. 당시 팔레스타인 지도자를 이스라엘이 저격해 연일 테러가 발생하는 등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국정원에서 순례 여행조차 막을 정도였다.

“출국하는 공항에서 카메라 기자와 2시간여 동안 개별 심문을 받았습니다. 두 명의 요원이 우리를 떼어놓고 1시간 동안 거의 백여 가지 질문을 한 뒤 다시 교차로 질문해 답변을 맞춰 보았습니다. ‘어디를 갔다 왔느냐’, ‘누구를 만났느냐’, ‘짐은 어디서 쌌느냐’, ‘짐 싸는 걸 누가 봤느냐’는 물론, 심지어 밥 먹은 장소, 시간도 물어보았습니다.” 거친 상황 탓이었는지, 이스라엘에 위성 취재차 입국한 첫 번째 한국 제작진이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는 당시 기억을 잊을 수 없는 일화로 꼽고 있다. 또 위성 발사장인 러시아 플레세츠크까지의 기차 여행도 만만치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7월 25일인가. 한참 더울 때 에어컨도 제때 나오지 않는 기차를 타고 좁은 공간 속에서 무려 18시간을 이동해야 했단다. 딱딱한 빵이 제공되는데 거의 나무토막 수준이었다. 팔팔한 대학생 배낭여행이라면 모를까, 아주 지난한 시간이었다.

이러한 2000일 동안의 과정을 거쳐 ‘대한민국 위성독립시대를 연다’가 탄생했다. 끝으로, 이런 고생을 또 하고 싶을까 하는 질문을 던졌더니, 단호한 답이 돌아왔다. 앞으로 발사될 아리랑 3호, 5호에도 관심이 많다는 강진원 기자. 그는 우리나라 우주개발 전도사도 되고 싶고, 때로는 잘못된 부분을 강하게 질타하는 감시자도 되고 싶다.

“대한민국 최대 우주개발 프로젝트가 ‘우리 땅에서 우리 로켓으로 우리 위성을 쏘아 올린다’ 는 것인데, 멀지 않은 장래에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에서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바로 이런 역사적인 현장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물론 그도 안다. 방송국의 오더가 있어야 하고, 우주개발 다큐는 워낙 장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인력이 부족한 지역 방송사의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일임을. 하지만 ‘대한민국 위성독립시대를 연다’를 시청한 사람이라면, 그의 바람이 기회로 연결될 수 있기를 바랄 수밖에 없을 듯싶다.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 이루리 기자 pinyroo@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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