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격 퇴직교사 임용한 뒤 4년후 "나가라"
무자격 퇴직교사 임용한 뒤 4년후 "나가라"
  • 편집국
  • 승인 2006.09.11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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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교원부족하자 자격 취소된 퇴직교사 대거 임용…문제 확대되자 해당 교사 책임물어 '해임'
교육부가 교원정년 단축과 학급당 학생수 감축 등으로 부족한 교사 수를 채우기 위해 퇴직 교사들을 다시 교단에 세우면서 교원자격증이 취소된 교사를 대거 임용한 것으로 CBS 취재결과 드러났다.

그런데 교육부는 자신들의 자격 취소 사실도 모른 채 4년째 교단에 서 온 이 교사들에게 책임을 물어 이들을 모두 해임하기로 했다.

70년대 '의무근무연한' 안 채운 교대 졸업생들 교원자격 취소

70년대 교육대학을 졸업하고 교단을 떠나 25년간 학원을 경영해 오던 A씨는 지난 2003년 퇴직교사 재임용 정책에 따라 교단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지난달 중순 A 씨는 교육청으로부터 과거에 이미 교원자격증이 취소됐다는 뜻밖의 공문을 받았다.

지난 81년까지 교육대학은 2년제였고 당시 교육대학은 국비가 지원되는 일종의 국비장학생 개념으로 운영됐기 때문에 교육대생은 졸업 뒤 일정기간 의무근무연한을 채워야 교원자격증이 유지됐다.

하지만 A씨는 당시 이 의무근무연한을 채우지 않았고 이것이 자격박탈 사항이라는 사실을 25년 넘게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A 씨는 "교육부에서 자격증이 살아있다고 재발급을 해주지만 않았지만 나는 (재임용) 시험 자체를 안봤다. 시험을 안봤으면 학원이나 계속했을텐데 지금은 직장도 잃고..."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전국 1만명 대상 자격 취소 교사 상황파악 중, 경기도교육청 이미 10명 이상 발견

실제로 올 상반기 충남지방 교육청이 A씨 같은 사례를 발견해 해당교사를 해임시켰고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교육부는 허겁지겁 전국적인 현황파악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현재 전국의 교육청에서 1만여명의 교사를 대상으로 조사가 진행중이며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지금까지 10여명 이상의 교사가 오래 전 자격 취소된 사실이 발견됐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교육부가 이같은 사태에 대한 책임소재를 가리기도 전 이들을 해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인적자원부에서 그 사람들을 찾아서 면직을 시켜라고 했다. 하지만 여러가지 복잡한 문제가 있어 교육부에다 좀 심사숙고 해야된다고 몇번 건의를 했지만 교육부의 태도는 단호하다. 결국 우리는 시키는 대로 할 뿐이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지금까지는 이 문제로 전국에서 단 한 명만이 해임됐지만 현황 파악 결과에 따라 무자격 교사와 이로 인해 해직되는 교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교육부 취소된 자격증까지 재발급 해주는 탁상행정, 피해는 고스란히 해당 교사들만

그런데 이 같은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한 것은 교사를 채용하면서 자격증 소지여부 확인은커녕 취소된 자격증을 재발급해 주기까지 한 교육당국의 탁상행정 때문이지만 교육부는 책임회피에만 급급하다.

교육부는 지난 2002년과 3년 교원정년 축소와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수 축소 등으로 4천 7백여명에 이르는 교원 결원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자 퇴직교사 등을 대거 교단으로 불러들였다.

그런데 교육부는 이 과정에서 해당 교사의 자격증 취소여부를 전혀 확인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한술 더 떠 취소된 자격증까지 재발급해 줬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자격증이) 박탈됐다는 사실이 전국적으로 공유가 돼야 되는데 교육부에서도 이게 효율적으로 관리가 안된 모양이다. 그래서 교육부에서 나온 명부를 보고 자격증을 발급해 준거고 그런 사람들이 많다. 이건 전국적인 문제다"라고 밝혔다.

이같이 엄연한 교육부의 잘못이 있음에도 교육부는 해당 교사만을 해직하고 상황을 덮기에 급급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기사를) 쓸려면 위험부담이 상당히 많을 것이다. 다른 분들도 지금까지 그것에 대해 쓴 적도 없고 나중에 기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사실상 이같은 사태에 대해 기사화 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의무근무연한 미이행 시 교원자격증 취소는 불합리' 지적

그런데 또 다른 문제는 이들 교사의 교원자격증 취소가 정당한가 하는 것이다. 교육대가 지난 81년 4년제로 바뀌면서 의무근무연한제는 이미 없어졌다. 또, 교육대 학생이 졸업 후 의무근무연한을 채우지 않을 경우 자격이 취소된다는 법조항도 이미 당시에 삭제됐다.

특히, 현재의 법 기준으로 봤을때 국가가 개인에게 이의제기 기회도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자격을 취소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육청 관계자는 "여러가지 불합리한 면이 많다"며 "이미 한 30여년 전 일이다 보니 관련 (자격증 취소의) 근거서류도 없고 관보에다 게재했다고는 하지만 (박탈여부가) 개인에게 통보됐는지 여부도 문제"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의무연한을 안 챙긴걸 수업료를 안낸 만큼 돈으로 배상하는 건 모르지만 교원자격 자체를 박탈한다는 것은 법률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미 내 머리속에 들어와 있는 지식을 빼앗아 버리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교육부의 잘못된 인력수급 정책이 근본적인 문제

특히 70년대에도 교육부가 교사수요 예측을 잘못해 공급 과잉으로 교육대를 졸업해도 오랫동안 임용이 되지 않아 교직을 지키고 싶어도 그럴수 없었다는 것이 교육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과거에나 지금이나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정책을 편 교육부가 문제가 생기자 뒤늦게 해당교사들에게만 책임을 미루면서 탁상행정과 책임회피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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