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가 영어를 만났을때
그저 그랬을 때는 그냥 ‘Good’
좀 괜찮았을 때는 ‘That’s
good’
진짜 좋았을 때는 ‘This is very 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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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일본인들을 만나봤는데 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영어에 대한 기본 개념이 없었다. “학교 다니세요?(Do you go to school?)” 한마디 하는데도 꽤나 시간이 걸린다.
그런 일본인들까지도 평상시 입에 달고 다니는 단어가 있으니 그건 바로 ‘굳또’ 즉 ‘Good’이다. 이 말은 아예 일본어로 녹아버려 일상생활에서도 예사로 쓰인다. 물론 의미는 우리 4천만이 다 알고 있는 “좋다”는 뜻.
그러나 우리가 굳건히 믿고 있는 이 ‘Good’의 의미는 “좋다”라는 뜻이 결코 아니다. 언젠가 우리나라 영화사상 최대의 히트작 중 하나인 ‘친구’를 미국 영화 배급사 관계자들 앞에서 상영했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영화를 본 미국인들이 “Good, good” 하더니 정작 판권은 구입하지 않는다면서 ‘말과 행동이 다른 미국인’이라는 울분에 찬 기사였다. 약간 어려운 얘기로 ‘언어는 문화의 한 표상’ 이란 말이 있는데 이런 경우에 쓰는 말이 아닐까. 서양인들의 문화를 모르고 입을 통해 나온 말로만 판단하니 이런 오해가 생기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것 같기도 하지만 말이다.
미국을 포함한 서양권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철저히 ‘개인주의(Individualism)’로 중무장 되어 있다. 주위에 아는 서양인이 있다면 그림을 발로 그려 “이 그림 어때요?” 하고 물어볼 것. 그럼 그는 머리를 약간 꺄우뚱 하다가는 살짝 이를 보이고 웃으며 “Good” 하고 답할 것이다. 왜냐하면, 물감 한번 풀어준 적 없는데 남에게 듣기에 안 좋은 소리를 할 수 없다는 게 그 쪽 정서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영화에서 “조오련과 바다 거북이가 헤엄치면 누가 이기나?” 하는데 “이제 많이 묵었다 아닌가? 마, 고마 해라” 하면서 가버린 친구를 위해 자신의 유죄를 비장하게 인정하는 유오성을 보며 처절한 아픔을 느끼지만 검정 교복의 의미를 전혀 알지 못하는 그들에게는 단지 폭력이 난무하는 청소년 비행(Juvenile delinquency)의 B급 영화에 지나지 않았을 것.
하지만 영화 만드는데 동그라미 하나 보태주지 않았으니 ‘Good’ 할 수 밖에.
서양인들은 그저 그랬을 때는 그냥 ‘Good' 하고 짧게 끊는다. 그리고 좀 괜찮았을 때는 ‘That’s good’ 하면서 살짝 이를 보이면서 웃는다.
그리고 진짜 좋았을 때는 ‘This is very good. Isn’t this great?’ 하면서 입을 상당히 크게 벌리고 상대에게 큰 목소리로 묻는다. 그러므로 ‘Good’ 한마디에 함지박만하게 웃지 않기를 거듭 당부하고 싶다.
필자 / 이현경(필명 : 해리)hklee0124@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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