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교육 질 높여 서비스 하겠다”
“신병교육 질 높여 서비스 하겠다”
  • 편집국
  • 승인 2005.09.14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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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교육대 중대장위장훈련병으로 침투, 동고동락

지난 7월 14일 경기 양평군 덕평리 20사단 신병교육대 강당. 2중대 훈련병 210명이 중대장 정신교육을 받기위해 도열해 있었다. 보고를 준비하던 210번 훈련병이 실수가 잦았다.
보다 못한 소대장이 “야, 임마! 넌 별도 교육을 받아야겠다. 105번이 대신해!”라고 고함을 지른 뒤 210번을 끌고 나갔다. 얼마 뒤 나타난 중대장 모습에 훈련병들은 까무러칠 뻔했다. 푸른 견장의 중대장 강병규(39·육사56기) 대위는 1주일 내내 자신들과 동고동락했던 ‘210번 강봉구 훈련병’이었다.

신병들 군대가 갑자기 좋아졌다 외쳐

강 대위는 낯선 환경을 처음 접하는 신교대에서 신세대 병사들이 느끼고 겪을 고충을 직접 체험하고 교육훈련 시스템에 반영하기 위해 ‘훈련병 잠입작전’을 세웠다. 신교대장 김상규(39·학군27기) 소령의 허락을 얻은 강 대위는 소대장과 조교들에게 보안을 당부하는 한편 훈련병처럼 머리까지 밀고 ‘동료병사’들을 기다렸다.

D-day인 이달 8일 306보충대에서 9기 훈련병 209명을 실은 버스가 연병장에 도착하고 병력들이 우왕좌왕하는 틈을 타 강 대위는 2중대 4소대 대열에 슬쩍 끼어들었다.

소대배치가 끝나고 내무반으로 들어서자마자 강 대위는 훈련병들의 불평을 들어야 했다. “훈련소 문 들어서는 순간부터 짐짝 취급이군. 아, 벌써부터 집이 그립다”는 푸념이었다. 잠자리에서는 “이런 눅눅한 모포를 덮고 어떻게 자란 말이야, 중대장 XXX, 머리에 총을 갈겨 버려야 돼!”라는 험악한 말까지 튀어나왔다.

윤 소 기자

지난달 입소했지만 몸이 아파 유급대기하다 9기에 합류했고 스물여섯살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강 대위에게 훈련병들은 ‘봉구형’이라 부르며 불평불만을 있는 대로 쏟아냈다.
“화장실 가고 물먹는 것조차 보고해야 하나”라는 불평은 일리가 있었다. 강 대위는 취침시간을 이용해 소대장들과 몰래 접선한 뒤 시정을 지시했다. 훈련병들은 그저 “군대가 갑자기 좋아졌다”며 즐거워했다.

잠입작전은 1주차 훈련이 끝나는 14일 종료됐다. 강 대위는 정신교육을 통해 “우리 부대를 찾은 고객인 여러분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할 목적으로 침투했다”며 양해를 구했다.
29일 공개된 강 대위의 보고서에는 “신세대 병사들은 개인적이고 이기적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지휘관이 솔선수범으로 이끌고 동기를 부여하면 바로 움직이고 단결력까지 발휘하는 훌륭한 자원이다. 최근의 총기난사나 인분사건 등은 지시·규제 위주의 고압적인 군대문화 때문에 발생했다”고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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