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운전자 36%…유사휘발유 주유경험 있다
대전 운전자 36%…유사휘발유 주유경험 있다
  • 조강숙 기자
  • 승인 2006.06.28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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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부담이 가장 큰 이유, 중고차일수록 유사휘발유 선호

   
작년 말부터 꾸준히 이어져 온 유류 가격의 폭등으로 차량소유자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들은 주유소를 선택할 때 가격의 적정성과 정량거래, 석유의 품질 수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당국은 유류거래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소비자보호를 위해 법적 계량용기 사용 여부, 유사석유제품의 판매-저장-보관여부, 계량기 변조 및 정기검사 여부 등에 대해 수시로 단속과 점검을 실시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에게 신뢰감을 갖게 하기엔 여전히 미흡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유사휘발유 거래 근절과 안정적인 석유정책 확보, 소비자 신뢰 수준 향상 등 당국의 역할이 산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3월 7일부터 20일에 걸쳐 대전 주부교실(회장 송병희)에서 주유소를 이용하는 대전 거주 소비자 832명을 대상으로 주유소 이용현황 실태 및 의식 조사로 나타난 결과이다.

설문에 답한 조사대상자 832 명 중 55.3%가 남성 운전자였고, 여성은 44.7%였다. 연령층은 20대 134명(16.1%), 30대 192명(23.1%), 40대 274(32.9%), 50대 158명(19.0%), 60대 이상 74명(8.9%)이었다. 이번 조사에서는 소비자가 주유소를 선택할 때 우선 고려하는 점, 결제 방법, 안전 등 우려 하는 부분, 주유소 계량기 신뢰 정도, 석유 품질수준을 높이기 위한 방안 등의 의견을 수집했다. 이어 3월과 4월 중 두차례에 걸쳐 대전 소재 100여 곳(1차 대전 시내 100곳, 2차 대전 시내 114곳과 대전 인근 고속도로변 4곳)의 주유소를 방문하여, 각 정유사 별 운영 형태, 가격 관련(가격표시, 가격표시 식별 정도, 카드 할인 가격 표시 실태), 화재 안전 관리, 세차장 운영 등의 항목에 대해 주유소 운영 실태를 알아보았다.
 
주유소 선택시 할인 혜택 우선 고려, 정량거래 여부 품질 수준도 염려

주유소를 선택하면서 가장 염두에 두는 부분으로 35.1%가 정량 거래여부였다. 31.6%는 품질 수준을 걱정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23.3%는 가격의 적정성이었다.
주유소 계량기를 아주 신뢰한다는 응답자는 4.4%에 불과했지만 62.4%는 신뢰하는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유소 계량기를 신뢰하지 않거나 아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도 33.1%나 되었다. 

주유소 계량기를 신뢰하지 않는 276명을 대상으로 신뢰하지 않는 이유를 확인한 결과 50%가 주유량이 정확한지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왠지 느낌상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21.7%는 주유소마다 주유량이 다르다고 답했다. 15.2%는 소비자들이 주유량을 확인해 볼 수 있는 계량통 등이 없으니 확인할 방법이 없어 신뢰감을 가질 수 없다고 했다.

주유시 특정 브랜드만을 이용한다는 응답자가 57.7%나 되었고, 그렇지 않다는 답은 42%였다. 특정브랜드를 이용하는 이유는 38.5%가 포인트 적립 때문이며 35.0%는 석유품질 수준을 믿을 수 있어서라고 했다. 
 
특정 정유사의 주유소를 이용하는 이유

73.6%가 주유비 결제를 카드로 하는 반면 26.4%는 현금 결제를 하고 있었다. 주유비를 현금으로 결제하는 경우 39.1%가 현금 영수증을 받고 있었다. 32.7%는 상황에 따라 받지만 전혀 요구하지 않은 경우도 25.5%나 되었다.

지난해에 이어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수많은 카드 상품 중 자동차 관련 카드, 그 중에서도 주유시 할인이나 적립혜택을 주는 카드가 소비자들의 호응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 카드업계의 발표에 따르면 전국의 특정 정유사 주유소에서 주유시 ℓ당 80원이 적립되는 카드가 출시 1년 여 만에 회원수가 293만 명에 달해 카드사 전체 상품 중 가장 많은 회원을 보유하게 되었으며, 모 시중은행에서는 모든 주유소와 LPG 충전소에서 ℓ당 40원씩 할인해주는 카드가 지난 1월 출시 이후 두 달여 만에 2만 5천여 장이 발급돼 신규 발급카드 순위 1위를 차지하는 등 하루 신규 발급되는 카드 중 자동차 관련카드가 4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카드업계 관계자는 “총 가계 운영비 중 자동차 유지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가운데, 유가가 계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바로 할인혜택을 실감할 수 있는 주유 관련 카드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설문에 참여한 응답자는 주유소에서 일부 신용카드에 대해 할인 혜택을 주는 것에 대해 44.7%가 일부라도 할인혜택을 주는 것이 소비자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반면 36.8%는 일부 신용카드만 혜택을 주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하였다. 17.2%는 주유시 즉시 어느 정도의 할인 혜택이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대금 청구시 할인) 큰 도움이 되는지 실감하지 못한다고 했다.


주유소 거리 제한 제도는 1992년부터 점차적으로 완화되다가 1995년에 완전히 철폐되었는데, 거리제한 철폐로 인해 서비스개선효과(25.4%)와 언제든지 주유할 수 있는 편리성(21.3%), 가격인하효과(19.5%), 경쟁유도효과(12.0%)등으로 ‘어떤 식으로든 소비자에게 이득이 된다’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78.2%였으나, 소비자 이익과는 별개라는 부정적인 응답자도 18.4%였다.  

주유소 거리제한 철폐가 소비자에게 이익을 주지 않는다는 응답자 153명을 대상으로 그 이유를 확인한 결과 41.8%가 가격 인하 효과가 없다고 했으며 35.9%는 품질 개선효과가 없다고 하였다. 

주유소마다 판촉을 위해 다양한 종류의 사은품을 제공하고 있다. 미용화장지, 생수, 커피, 상품권, 주유권, 세차서비스, 장갑, 운동경기 관람권, 놀이공원 입장권 등)에 대해 60.7%가 주유 가격에 반영되는 것이므로 사은품을 주는 대신 주유가격 낮추기를 원했다. 19.6%는 품질과 서비스 수준도 높이고 사은품도 제공하는 것도 좋겠다고 했고, 불과 10.0%만이 어찌되었든 공짜라서 좋다고 하였으며, 9.7%는 제공되는 사은품이 품질이 저급해 쓸모도 별로 없으므로 주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하였다.
실제로 주유소 운영 실태 조사를 한 결과, 경품 수여 조건을 보면 주유비가 높을수록 비싼 경품을 제공하는 등 사은품의 가격과 주유가격이 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표시와 주유소 선택

산업자원부에서 고시한 ‘석유류 가격표시제 등 실시요령’에는 ‘정상가격을 취급유종별로 표시하여야 하며, 소비자가 사업소의 입구에서 용이하게 식별할 수 있는 사업소 내의 장소에 가격표시판을 설치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4월 중 조사한 118 곳의 주유소 중 99.1%는 가격표시가 되어있었으며, 표시 위치는 소비자들이 쉽게 확인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입구에 설치한 경우가 92곳이었고, 11곳은 출구에, 인도나 도로변 또는 사무실 벽면에 표시된 경우는 16곳이었으며, 2곳은 아예 표시하지 않았다. 가격표시를 해놓았더라도 다른 구조물에 가리는 등 식별하기 어려운 곳도 1곳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주유 가격을 표시해 놓은 안내 표지판이 주유소 선택에 도움이 된다고 한 응답자가 87.6%나 되는 등 소비자에게는 가격표시판이 주유소를 선택하는 데 많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5.2%는 아주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불과 12.4%만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가격은 별로 염두에 두지 않는다)고 하였다.

가격표시판이 주유소 선택에 도움을 주는가

이처럼 가격표시판이 소비자의 선택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점을 악용해 일부 주유소에서는 할인가격을 정상가격에 비해 크기가 크거나 쉽게 눈에 띄도록 형광처리를 하거나 심지어 할인가격만 표시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앞에서 말한 ‘석유류 가격표시제 등 실시요령’에 따르면 할인가격을 표시할 수 있지만 ‘정상가격의 글자(숫자 포함) 크기보다 크지 않게, 정상가격과 글자모양, 색상, 명도, 바탕색, 형광처리 등을 동일하게 해서 정상가격의 밑엷표시해야 한다.

주유소의 화재 안전 관리

전체 조사 대상 주유소(118곳) 중 2곳이 ‘주유중 엔진을 정지하라’는 표시가 되어 있지 않았으며, 116 곳은 주유중 엔진 정지를 표시할 뿐 아니라 안내도 하고 있다고 응답하였다. 8곳은 화기엄금 표시가 되어 있지 않았으며, 표시가 되어 있더라도 기준(적색 바탕에 흰색 글씨)에 맞지 않게 검정색 등으로 표시해 놓은 곳이 10곳이나 되었다.

유사휘발유의 지속적인 사용 증가와 문제점

지난 4월 17일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서면서 연일 최고가 기록을 갱신하고 있고 특히 세계적으로 증산 여력이 100만~200만 배럴에 불과해, 산유국의 정정 불안, 생산 차질이 곧바로 석유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세계적 변화로 인한 유가 인상이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다른 어느 혜택보다도 석유가격의 인하를 바라고 있었고(60.7%), 유사휘발유를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도 석유 가격 부담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65.4%). 또한 유사휘발유 유통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이유로도 66.2%가 주유소 정품 판매가격에 비해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경찰청은 지난 4월 17일 유사휘발유 적발건수가 지난 2002년 430건에 불과했지만 2003년 5897건으로 1년 만에 13배 이상 증가한데 이어 2004년 6793건, 2005년 7188건 등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고 발표하였다.

유사휘발유 판매 증가의 가장 큰 이유는 경미한 처벌규정 때문. 정유업계는 판매업자의 월수익이 1000만원을 웃도는 상황에서 유사휘발유 판매업자에게 적발시 4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현행 관련법 처벌이 너무 미약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석유류에 대해 높은 세금을 부과하고 있지만 유사휘발유와 같이 유통과정이 드러나지 않는 경우 세금부과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정부 당국의 추계에 따르면 지난해 유사휘발유 탈루액은 9700억원. 유사휘발유 사용과정에서 배출되는 포름알데히드 등 환경오염 물질의 유해성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도 유사휘발유 주유경험이 있는 응답자가 36.2%(301명)나 되었는데 이들이 유사 휘발유를 사용하는 이유는 65.4%가 가격이 정품 휘발유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했으며, 23.3%는 가격도 저렴하고 차량에 무리도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평소 유사 휘발유를 사용한다는 40대의 남성 운전자는 ‘요즘은 휘발유 값이 워낙 비싸 유류비 절감 효과를 더 실감하기 때문에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다. 자동차도 워낙 오래 되어서 엔진 등에 무리가 온다고 하더라도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고 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사휘발유가 오히려 정품 휘발유보다 청정 연료이며, 자동차 엔진 등의 성능에 전혀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잘못된 인식이 불법유통을 부채질하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유사휘발유 주유 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 22.3%가 차량 성능에 문제가 발생한 적이 있다고 했다. 

판매상들은 아파트 단지나 주택가에 주차된 차량에 ‘순도 99.9%, 최첨단 세녹스’라는 문구가 적힌 명함을 꽂아 놓고 핸드폰으로 연락을 취한 구매자와 밤늦은 시각이나 한적한 장소에서 접선해 은밀히 주유하는 수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당국이 유사휘발유를 단속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통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이유로 66.2%가 주유소 판매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므로 유사휘발유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19.6%는 계속 수요가 있으므로 암거래가 활성화 되고 있다고 했으며, 13.3%는 당국의 단속 의지 부족을 꼽았다. 

지난 5월 19일 오전 8시 44분쯤 경기도 성남시의 유사 휘발유 판매소에서 원인모를 폭발로 불이나 주민들이 대피하는 등 큰 소동이 빚어졌다. 불은 유사휘발유 판매소를 모두 태우고 15분여 만에 진화됐지만 주유를 준비하던 20대 여성이 얼굴에 화상을 입었다.   유사 휘발유 판매와 관련된 화재는 지난 2월초 서구 갈마동에서 유사 휘발유를 옮기는 차량에 불이 났고, 지난해 7월에는 충북 청원군에 있는 유사 휘발유 보관 창고에서도 불길이 치솟는 등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판매와 제조 자체가 불법이다 보니 소방 안전기준에 맞는 저장 탱크 등을 설치하지 않고, 주택가 등에서 영업을 하기 때문에 화재 발생 위험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정량 거래 정착과 유류 품질 향상 방안

주유소의 유류 품질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49.0%가 당국의 지속적인 단속이 필요하다고 하였으며, 32.8%는 사업자의 자발적인 노력이, 14.5%는 소비자의 감시와 고발정신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응답자들은 정량 거래를 위해서 당국의 역할과 기능에 많은 관심과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37.6%가 당국이 불시에 주유소를 점검해 정량 거래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31.1%는 사업자의 자발적인 노력을 요구했으며 27.9%가 주유소마다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는 정량 거래통을 구비해 놓아야 한다고 했다.

석유 품질 수준 향상을 위해서도 당국의 지속적인 단속(49.0%)이 꼭 필요하다고 요구했고, 일부는 삼진아웃제 실시(2~3회 이상 적발될 경우 주유소 영업허가 취소)와 시민단체와의 연계를 통해 지속적인 지도와 단속, 주유소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 조사 후 우수 업체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주유기의 표시를 고객이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조치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단속과 처벌 이전에 사업자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계량을 속이고, 품질이 좋지 않은 석유를 판매하는 등으로 부당한 이득을 챙기려는 사업자들이 있는 한 주유소는 계속 소비자 신뢰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사업자와 사업자단체가 자정적인 노력을 위해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소비자 신뢰를 높여야겠다. 소비자들도 단순히 주유소에 대한 불신을 키우기보다는 주유소에 대한 감시를 철저히 하여 법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을 경우 당국에 신고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갖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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