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뉴스 최형순 기자] 제26회 장군산 구절초꽃축제 이튼날인 12일, 세종시 영평사(주지스님 광원 환성) 경내에서 도종환 시인의 주제로 시·문학 토크쇼가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김인경 극작가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구절초꽃의 아름다움 속에서 시와 인생의 깊은 지혜를 나누는 힐링의 시간이었다.
■ 詩, 인생의 질문과 위로를 던지다
이날 강연에서 도종환 시인은 인생에서 잊지 말아야 할 질문과 '영혼 있는 삶'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인은 영국의 시인 윌리엄 헨리 데이비즈의 시 '여유'를 인용하며, 근심으로 가득 차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과 사람들을 바라볼 여유조차 없는 현대인들에게 "이것이 무슨 인생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도 시인은 이어서 일상 속에서 걸음을 멈추고(쉼), 바라보고(관조), 경청해야(소통) 비로소 '예술이 되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역설하며, 쉼표(,)를 찍을 줄 아는 프로다운 삶을 강조했다.
또한, 공직자(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역임 경험 인용), 기업인, 예술인 등 모든 직업인이 "영혼이 있는 일"을 해야 함을 언급하며, 식당 주인의 '혼밥 손님 고기 더 주는 배려'를 '영혼 있는 장사'의 예로 들어 청중의 공감을 얻었다.
■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시인은 자신의 시집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과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를 소개하며 시집에 담긴 메시지를 전했다.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과 관련해서는, 알베르 카뮈가 정오를 '균형 잡힌 시간'이라고 말했듯이, 현재 우리 사회가 '가장 어둡고 살벌한 시간'인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을 지나고 있음을 진단했다.
시인은 "성찰 없는 용기, 절제 없는 언어, 영혼 없는 정치"가 세상을 험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하며, '가장 깊고 고요한 시간'인 한밤중을 통해 길 없는 길에서 다시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시 '흔들리며 피는 꽃'은 길가에 핀 금계국을 보고 쓴 시로, 꽃이 바람에 흔들리고 비에 젖으며 피어나는 모습에서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라는 메시지를 도출했다.
시인은 청중에게 꽃 앞에서 멈추고, 들여다보고, 대화하는 '문학의 시작'을 권하며 위로와 용기를 얻을 것을 당부했다.
특히, 토크쇼 막바지에는 "너는 왜 거기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국회의원 재직 시절 근조 화분을 통해 스스로에게 '영혼 있는 삶'을 살고 있는지 매일 물었던 일화를 소개해 큰 울림을 주었다.
■ 깊어가는 구절초 향연 속, 문학의 위로
도종환 시인은 강연 시작과 끝에 영평사를 가득 메운 구절초꽃의 아름다움을 언급하며, 늦가을에 피는 구절초가 우리에게 '늦게 핀 꽃도 아름답다'는 인생의 지혜를 가르쳐 준다고 말했다.
시인은 구절초를 보며 "너 없이 어찌 내게 향기 있으랴"라는 짧은 시를 짓기도 했다.
이번 시·문학 토크쇼는 아름다운 구절초꽃 향기 속에서 시인이 던지는 삶의 근원적인 질문과 위로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깊어가는 가을만큼이나 성숙한 사색의 시간을 선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