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국내 연구진이 양자 상태의 측정 보정이 없이도 안정적으로 양자키분배(QKD)가 가능한 ‘측정 보호(MP)’이론을 세계 최초로 정립하고 이를 실험적으로 검증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위성, 선박, 드론처럼 움직이는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양자통신을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이동중인 상태에서도 안정적으로 양자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기술적 가능성을 처음으로 열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향후 위성과 지상 간의 보안 통신, 드론 및 해상 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 양자기술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양자키분배(QKD) 기술이란 양자역학 원리를 이용해 도청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암호 키를 분배하는 기술이다. 기존 QKD 프로토콜은 채널 상태가 바뀔 때마다 수신 측 측정 장치를 반복해서 보정해야만 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선 간단한 국부 연산만으로도 채널 상태에 관계없이 안정적인 키 분배가 가능함을 증명해 냈다. 이론은 KAIST 배준우 교수팀이 정립했고 실험은 ETRI 연구진이 수행했다.
연구진은 단일광자 펄스를 생성하기 위해 100MHz인 광원, 즉 수직 공진형 표면 발광 레이저(VCSEL)를 활용했다. VCSEL이란 레이저 빔이 칩의 상단 표면에서 수직으로 방출되는 반도체 레이저의 한 종류다.
연구진은 10m 자유공간 구간에 최대 30dB 손실을 적용한 장거리 전송 환경을 구현하고 다양한 편광 노이즈를 삽입해 무선환경의 장거리 실험을 상정해 열악한 상황에서도 양자의 전송과 측정이 원활하게 됨을 검증했다. 또 송수신 단에는 각각 3개의 파장판을 장착해 국부 연산을 구현했다.
그 결과 측정보호(MP) 기반 QKD 시스템은 전송된 양자 비트 중 오류가 발생한 비율을 뜻하는 양자 비트 오류율(QBER)의 시스템 최대 허용치를 기존 대비 20.7%까지 상승시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는 수신된 양자 비트 중 오류가 20.7% 미만이면 별도의 측정 보정 없이 안정적인 양자키분배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로써 측정 보정 없이도 다양한 채널 노이즈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키 생성을 달성하여 신뢰성 있는 양자통신을 구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연구진은 이 같은 성과를 위성-지상 링크와 유사한 환경에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ETRI는 QKD 실용화의 핵심 과제인 ‘편광 의존 손실’ 문제에 대한 실험적 보정 방법도 제시했다고 밝혔다. 집적화 칩 기반 QKD 시스템의 성능 저하를 해결함으로써 소형·경량 QKD 장비 상용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집적형 QKD는 기존의 고가·대형 벌크 광학 기반 시스템을 대체할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편광 기반 QKD에서는 집적화 과정에서 편광 의존 손실이 발생해 성능 저하를 유발하는 문제가 있었다.
ETRI는 QKD의 시장 확산을 위해 집적화 칩 기반 연구는 필수라며 편광 의존 손실 외에도 다수의 기술 난제를 해결해야 하며, 이를 위한 후속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ETRI 양자통신연구실 임경천 기술총괄은 “QKD 시장 확산을 위해 집적화 칩 연구는 필수불가결이며, 편광 의존 손실뿐만 아니라 집적화 칩 기반의 QKD 시스템 구현에 있어 극복해야 할 문제가 많아 관련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KAIST 배준우 교수는 “이번 성과는 복잡한 환경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양자 보안 통신을 현실로 끌어올리는 결정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