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독과 외로움, 그리고 문학의 힘
- 원성수 공주대 전 총장, 나태주 시인과 문학의 역할에 기대
[충청뉴스 최형순 기자] 사단법인 문화살롱 석가헌은 19일 세종시 유로비에서 나태주 시인을 초청해 박윤경 사무국장의 사회로 '시와 음악! 마음에 품어지다' 행사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많은 시민들이 참석하여 나태주 시인의 주옥같은 시와 따뜻한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축하 공연은 앙상블 아토의 경쾌하고 리듬감있는 연주와 잔잔한 멜로디에 관중을 매료시켰으며, 변규리 대전시낭송예술인협회 회장의 감성적인 시 낭송으로 막을 올렸다.
앙상블 아토는 헌정과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중 ‘여름’ 등을 변 회장은 나태주 시인의 대표작인 '선물', '풀꽃 1,2,3', '황홀극치', '뒷모습' 등을 낭송하며 참석자들의 마음을 촉촉하게 적셨다.
이어진 서만철 대표와의 특별 대담에서 나태주 시인은 자신의 인생과 시 세계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풀어냈다. 시인은 외할머니의 말씀 덕분에 끊임없이 노력하며 발전할 수 있었다는 일화를 소개하며, "마이너 리그에서 따라잡기 위해 계속 노력했기 때문에 발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시인이 된 계기에 대해서는 솔직하고 유머러스하게 고백했다. "내 인생에서 여자한테 청혼했다가 차여서 시인이 됐어요. 실연을 당하라는 것이 아니고, 그런 마이너가 있었기 때문에 시인이 될 수 있었죠. 처음에는 원망도 많이 했지만, 그가 나를 차주지 않았으면 나는 시인이 될 수 없었어요."라고 말해 좌중에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이어 "고등학교 때 만나던 여자 때문에 시를 쓰기 시작해서 시인이 되었다. 나의 실패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한 여자한테 버림받은 순간 시인이 되었고, 10년 뒤에 한 여자의 선택을 받는 순간 남편이 되었다. 내가 쓴 시의 내용이기도 하다"고 덧붙여 자신의 삶이 곧 시의 감흥이 되었음을 밝혔다.
시대를 초월한 명작으로 사랑받는 시 '풀꽃'의 탄생 비화도 공개되었다. 나태주 시인은 "사실은 제가 선생 할 때 좀 까칠했어요. 안 예쁜 애가 있었는데, 미워도 예쁘게 봐야 선생을 할 수 있으니 '예쁘지 않는데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사랑스럽지 않은데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라고 쓴 것이다. 사실은 예쁘지도 않고 사랑스럽지도 않은 어떤 대상에 대해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너도 그렇다'라는 구절을 시집에 실으니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며 '풀꽃'이 국민 시로 자리 잡게 되었다고 회상했다. 시인은 "외국에서 살던 사람도 나태주는 모르지만 '풀꽃'은 안다고 해서 참 감사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내 앞에 말 잘 듣는 애들만 있었고, 사랑스러운 애들만 있었으면 저는 그런 글을 안 썼을 거예요. 그래서 저는 운이 좋았다. '풀꽃' 이후로 시인은 나 혼자의 하소연과 나의 고백만 하는 게 아니라, 또 한 사람하고만 사랑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저것 내가 쓴 것 같아, 나를 위해 시를 써 준 것 같아'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라고 말하며, 시인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시인은 '풀꽃'이 큰 사랑을 받는 현상에 대한 안타까움도 드러냈다. "이 시를 쓰니, 진짜예쁜사람은 자세히 안봐도 이쁩니다. 그런데 진짜 예쁜 사람들도 '자세히 안 보면 안 예쁘고 자세히 봤더니 예쁘다. 오래 봤더니 안 사랑스럽던 사람이 사랑스럽다'라고 생각한다"며, "많은 사람이 '저건 나를 위해 쓴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바로 현대에 우리 마음이 이지러진 증거라고 본다"고 말하며 "이 시가 한국에서 폐기되기를 바란다"는 역설적인 소망을 밝히기도 했다.
나태주 시인은 "한국인들이 '외로움'과 '고독'을 구별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고독은 자발적으로 자신을 정리하며 기쁨과 만족감을 느끼고 성취를 이룰 수 있는 것이지만, 외로움은 관심 있던 사람이 부재할 때 느끼는 감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외로움 때문에 고독이 아니고 외로움 때문에 일을 저지르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한국인들이 쉽게 울컥하는 경향을 언급하며 문학과 음악을 통한 치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전 원성수 공주대 총장은 나태주 시인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표했다. 원 전 총장은 "나태주 시인님은 공주에 있으면서 자주 뵙고 평소에 제가 좋아하는 어른이시다"라고 말하며, "자신이 졸업한 공주사대부고 옆에 위치한 풀꽃문학관이 공주의 중요한 자산"임을 강조했다. 또한, "나태주 시인의 지혜와 경륜에 감탄하며 노년의 삶을 본받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원 전 총장은 "삭막한 세종시에 문학의 힘과 시인의 향기가 스며들어 품격높은 도시로 거듭나길 바란다"며, "세종시를 비롯한 지역 사회에서 나태주 시인이 문학의 저변을 확대하는 데 지속적인 역할을 해주시기"를 요청했다.
이번 강연은 참석자들에게 시와 음악을 통해 삶의 깊이를 다시 한번 생각하고, 나태주 시인의 진솔한 이야기에 공감하며 위로와 감동을 얻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