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대전 초등교사 생전 교권침해 기록 공개
숨진 대전 초등교사 생전 교권침해 기록 공개
  • 이성현 기자
  • 승인 2023.09.09 1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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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초등교사노조 교권침해 사례 모집에 직접 제보
10개월 싸움 끝 무혐의 처분 받았지만...계속된 고통 받아
대전 서구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초등교사 빈소

[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악성민원에 고통 받다 지난 7일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대전 모 초등학교 40대 교사 A씨의 생전 교권침해 기록이 공개됐다.

기록에 따르면 고인은 교사로서의 무기력함을 느낌은 물론, 교사에 대한 자긍심 등을 잃고 우울증 약을 먹게 됐다. 특히 당시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A씨는 지난 7월 실시한 초등교사노조가 실시한 교권침해 사례 모집에 본인의 사례를 제보했다.

글에는 A씨가 2019년 1학년 담임 교사를 맡았을 당시 학생 중 4명의 학생이 교사의 지시에 불응하고 같은 반 학생을 괴롭힌 정황이 기록돼 있었다.

이중 A씨를 아동학대로 고소한 B학생의 경우 학기가 시작되는 3월부터 다른 친구의 목을 팔로 조르거나 발로 차고, 수업 중 소리를 치기도 했다.

4월 B학생 학부모와 상담했지만 “학급 규칙이 과하고 자신의 아이가 문제가 있을 때는 따로 조용히 혼을 내던지, 문자로 알려달라”며 “1학년을 맡은 적 없어서 그런거 같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또 급식을 먹지 않겠다며 급식실에서 누워서 버티는 B학생을 A씨가 일으켜 세우자 B학생 어머니는 “억지로 아이 몸에 손을 대고 전교생 앞에서 본인의 아이를 지도했다”고 불쾌함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후로도 B학생은 친구를 꼬집거나 발로 차거나 뺨을 때리고, 수업 중 지우개나 종이를 씹거나 색종이를 접는 등 행위가 반복됐다.

2학기부터 이같은 행위가 점점 심해지자 A씨는 B학생을 교장선생님에게 지도를 부탁했다. 그러자 다음날 B학생 부모가 교무실로 찾아와 사과를 요구했고 이 자리에 교장과 교감이 있었으나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도 했다.

A씨는 B학생 학부모에게 잘못된 행동을 지도하려 했을 뿐 마음의 상처를 주려고 한 것이 아니었다고 얘기했으나 같은해 12월 국민신문고, 경찰에 신고 당했다.

교육청 장학사 조사 결과 혐의없음으로 밝혀졌다. 학교폭력위원회에서도 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심리상담 및 조언을 받으라는 1호 처분을 받았다.

A씨는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도 기록했다. 이후 10개월간 A씨는 긴 싸움을 혼자 이어가야 했다.

아동학대 조사 기관인 세이브더칠드런에서 경찰서로 넘어가고, 경찰서 조사, 검찰 조사를 받은 뒤에야 2020년 10월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A씨는 “3년이란 시간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다시금 서이초 선생님의 사건을 보고 그 공포가 떠올라 계속 울기만 했다”며 “다시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없을 것 같다. 어떠한 노력도 다시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라는 공포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문지에 남기기도 했다.

또 당시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는 A씨는 “회사 일을 하는데 회사의 보호를 받지 못하냐는 남편의 물음에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며 “우리는 회사의 보호가 아니라 비난을 제일 먼저 받는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글 말미에 A씨는 “다시 돌아보며 매우 화가 나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며 “이번 일이 잘 마무리돼 교사들에게 희망적인 교단을 다시 안겨줬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그러나 A씨는 이 글을 적은 지 약 한 달 반 뒤인 지난 7일 결국 세상을 떠났다.

한편 지난 8일 지역 주민과 네티즌 등에 의해 가해 학부모로 지목된 이들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사업장 정보가 공유되면서 별점 테러가 일어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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