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열린우리당 의원이 24일 새 총리에 지명됨으로써 헌정사상 첫 여성 총리 탄생을 눈앞에 두게 됐다.
국민의 정부 시절 장상 이화여대 총장이 총리에 지명된 적은 있었으나 국회 인준을 통과하지 못해 총리 서리에 그쳤었다.
한나라당은 한 총리 지명자의 열린우리당 당적을 문제삼고 있지만 청와대는 "정치적 중립과 선거공정성에 대해선 국민들도 인정해준 참여정부의 정체성"으로 국회 인준은 큰 무리없이 통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까지도 한명숙 의원과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 두 명을 놓고 고심을 계속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실제론 이 번주초에 이미 한 의원을 낙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이병완 비서실장등 참모들로부터 총리 인선에 대한 의견을 들은뒤 바로 한 의원을 오찬에 부른 것은 이미 결심이 서 있었다는 반증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이 한명숙 의원과 김병준 실장 중에서 한 의원으로 최종 결심을 한 것은 향후 국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해나가겠다는 국정운영 기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참여정부의 정책 로드맵 작성을 주도해온 김병준 실장이 '정책형'이라면 한명숙 의원은 안정감과 부드러움을 바탕으로 한 '관리형'으로 분류될수 있기 때문이다.
한명숙 총리 지명자는 정치권 내에서도 특정 계파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을 가진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병완 비서실장도 인선 배경을 설명하면서 "여야간의 대화와 타협을 주도하면서 균형잡힌 시각으로 정책을 조정"해온 것으로 평가했다.
이병완 실장이 앞서 지난 21일 밝힌 총리 인선 기준은 이같은 배경을 보다 정확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당시 이 실장은 "참여정부의 임기 후반기는 안정적인 관리가 중요하다.로드맵의 레일은 이미 이해찬 총리때 다 깔아놨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안전항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었다.
노 대통령이 지난 17일 여야 원내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 한 것도 앞으로 남은 임기는'안전항해'를 위해 대화와 타협 기조를 중시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었다.
노 대통령은 양극화 해소등 중장기 국정과제에 전념하고 단기 국정현안들은 한명숙 총리 지명자의 부드러운 조정력을 바탕으로 원만하게 풀어나가겠다는 의지로 읽혀진다.
한명숙 의원의 총리 지명은 또 한편으로는 정치에서 당정분리,정책에서 당정일체라는 기조를 이어갈 것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여권 내에서는 그동안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인사를 총리에 기용하지 않을 경우 열린우리당을 탈당하고 중립내각을 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심심치 않게 제기돼왔었기 때문이다.
물론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런 전망에 대해 "노대통령이 탈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해왔으나 한 의원의 총리 지명으로 여권 내부의 정치환경이 격랑을 일으킬 가능성은 적어진 셈이다.
한 총리 지명자가 여성계의 대표성을 지닌다는 점에서 최근의 정국과 관련해 열린우리당을 배려한 것으로 풀이하는 시각도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최연희 의원의 여기자 성추행 파문이 가라앉지 않는 시점에서 여성 총리 기용은 노 대통령이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한나라당의 입지를 위축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CBS정치부 김재덕 기자 jdeog@cb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