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 우리대표팀이세계최강을 자임하던 멕시코-미국-일본을 차례로 꺽고16개 참가국 중 유일하게 전승으로 4강에 진출했다.
상상치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월드컵 4강에 이어 '세계 프로 야구 4강'이다. 더구나 여섯경기 무패, 전승이다.
6경기 전승, 日 오 사다하루 감독 "한국이 예상보다 너무 강했다"
'월드컵 4강'이 홈에서 '대한민국'을 알렸다면 우리 야구는 도쿄에서 일본을, 애너하임에서 미국을 잡으며 적진 한가운데서 태극기를 꽂은 것이다.
일본 전지훈련 때부터 한달 가까이 선수단을 따라 다녔던 한국취재진도 도쿄 승리 후에도 4강은 어렵다고 보고 아무도 샌디에이고행은 준비하지 않을 정도였다.
도쿄 예선에서 우리에게 패한뒤 본선에서 설욕하겠다던 일본 왕정치감독은 "아직까지도 일본이 아시아최강이라고 생각하는냐"는 외신기자들의 질문에 "한국이 예상보다 너무 강했다. 고차원적인 야구를 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30년동안 일본을 이기지못하게 하겠다"던 스즈키 이치로는 마지막 타자 다무라가 삼진을 당하는 순간 괴성을 지르며 2연패의 분루를 삼켰다.
에이절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우리 교포들은 9회부터 모두 일어났고 경기가 끝난 순간 대한민국을 외치며 서로를 부둥켜 안았다.
우리 선수들은 파울라인을 따라 태극기를 흔들면서 경기를 지켜보며 환호했던 관중들과 승리의 감격을 함께 했다.
서재응은 에인절 스타디움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았고 이종범은 기자회견에서 "한국사람인 것이 자랑스럽다"며 눈물을 훔쳤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최강들을 차례로 꺽고 전승으로 당당히 세계 4강에 진출했다. 돔구장 하나 없는 척박한 여건 속에서 이루어낸 것이기에더욱 자랑스러운 것이다.
7회까지 단 1안타, 투수진 선전 속 종반까지 팽팽한 '0' 행렬
일본이 도쿄에서 "이승엽 홈런 한방 때문에 졌다"며운으로 돌리려했었는데 두 번이나 졌으니까 더 할 말이 없게 됐다.
그러나 이날 한국은 선발 와타나베 등 일본 투수진에 눌려 7회까지 안타 단 하나에 불과한 빈공에 머물렀다. 7회까지 3루를 밟은 적이 없었다.
이날 우리팀의 타선은 미국전에서 석점홈런을 날린 최희섭을 다시 4번 지명타자로 복귀시켰고 와타나베가 잠수함임을 고려해 중심타순을 이승엽-최희섭-이진영 등 왼손타자들로 짜 철저하게 언더핸드에 대비했다. 또 이범호, 박진만, 조인성, 김민재가 하위타선을 맡았다.
와타나베의 완급조절 투구 등 일본 투수들의 변화구에 배팅 타이밍을 못맞추면서 극심한 타격 부진을 보였다.
그러나 박찬호-전병두-김병현-구대성으로 이어진 우리 투수들의 호투로 0의 행진은 계속됐고 8회 1사후 김민재의 볼넷,이병규의 안타에 이은이종범의 결승 2타점 2루타로예선전에 이어 일본을 다시 2-1로 물리쳤다.
이치로는 1회 첫타자로 나와 첫 안타를 뽑아냈으나 그것으로 끝이었고2회에는 2사 2루의 찬스에서 사토자키의 적시타가 터졌으나우익수 이진영의 자로 잰 홈송구로주자가 홈에서 아웃돼 역시 득점에 실패했다.
일본은 8회 2실점한 뒤경기를 뒤집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9회말 니시오카의 좌월 홈런으로 1점 차로 따라붙었지만 마무리 오승환이 1사 1루에 등판해나머지 타자들을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며 경기를 끝냈다.
'독특한 결승 대진표' 같은 조 1, 2위가 준결승서 재격돌…한국, 미국-일본 중 한팀과 다시 맞붙어
8강 리그전은 일단 17일 미국-멕시코전의 한경기가 남았다. 한국이 16일 일본을 잡음에 따라 미국이 이날 승리한다면 미국이 조 2위로 4강에 올라간다.
그러나 조 1, 2위는 의미가 없다. 미국은 이번 WBC대회를 만들면서 몇가지 독특한 대회규정을 만들었다. 그중 하나가 결승토너먼트 대진표다.
대부분의 국제경기는 4강 준결승일 때A조 1위와 B조 2위 등,크로스로 맞붙는데 일반적인데,이번대회에서는 준결승에서 8강전 같은조의 1,2위 끼리맞붙게 돼 있다.
미국이 무조건 결승 진출해 도미니카 등과 우승을 다툴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이런 대회규정 때문에 우리는 미국을 상대로 준결승을 치러야한다.
결승토너먼트는 샌디에이고로 옮겨 치뤄진다. 준결승은 이곳시간으로 18일,우리시간으로 19일 하루동안 두경기가 모두 열린다.
우리가 속한 1조는 뒷경기라,우리시간으로 19일 낮 12시에 열린다. 또 세계프로야구 정상을 가리는 결승전은 이틀 뒤인 21일 낮 11시에 벌어진다.
한편 8강 2조에서는 16일 쿠바가 푸에르토리코를 4-3으로 꺽어도미니카에 이어 4강에 합류했다.
CBS체육부 이전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