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고건 "같은 배 탄 것과 마찬가지"
정동영-고건 "같은 배 탄 것과 마찬가지"
  • 편집국
  • 승인 2006.03.12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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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과 범 여권 대선주자 가운데 한명으로 거론되고 있는 고건 전 총리의 회동이 드디어 성사됐다.

정 의장과 고 전 총리는 12일 정오50여명의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약속 장소인 서울시내 한 음식점에 나란히 입장해 미리 준비된 포토라인에 서 악수를 하며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이어 바로 옆에 만들어진 오찬 장소로 이동해 언론이 지켜보는 가운데 꽃샘추위 등을 화제로 환담했다.

먼저 입을 연쪽은 고 전 총리.

고 전 총리는 "꽃샘추위 치고는 너무 춥다"고 운을 뗀 뒤 "정 의장이 어려울 때 중책을 맡았다"며 "좋은 정치를 부탁드린다"고 덕담을 건넸다.

고 전 총리는 이어 "요즘은 정치가 국민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고 있다"면서 "성추행과 골프 문제로 정치권이 옥신각신하는데 "국민들은 말할 수 없는 배신감을 느낀다"고 여야 정치권을 향해 뼈있는 말을 건넸다.

이어 "어려울 때 중책을 맡으신 정 의장께서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민생을 돌보는 정치를 해 달라"고 거듭 부탁했다.

첫 만남 치고는 강도높은 발언으로 회동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각오가 느껴지기에 충분했다.

이에 대해 정 의장은 "지금 정치권이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봄을 앞둔 꽃샘추위처럼 새로운 정치의 지평을 열기 위한 과도기적 진통"이라고 응수했다.

정 의장은 이어 "고 전 총리께서는 개인적으로 선배(서울대)이기도 하지만 참여정부의 초대 총리를 지낸 분이시기도 하다"며 "앞으로 거친 파도가 있을 수 있겠지만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는 고 전 총리와 한 배를 탄 것이나 마찬가지"라며"많이 도와 달라"고 협조를 요청했는데 코 앞에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고 전 총리의 도움을 기대한다는 뉘앙스였다.

2년전 벌어진 탄핵을 주제로도 대화가 오갔는데 먼저 정 의장이 "마침 2년전 오늘은 탄핵소동이 빚어진 날"이라며 "고 전 총리께서 탄핵으로 빚어진 과도기를 잘 관리해 참여정부의 문을 열어 준 데 감사드린다"고 예의를 표했다.

고 전 총리는 이에 대해 "탄핵으로 인한 소동은 해소됐지만 정치 리더십(위기)은 해소되지 않았다"며"새정치의 패러다임에 맞는 리더십을 부탁드린다"는 말로 자신이 주창하고 있는 '창조적 실용주의'를 강조했다.

두 사람의 팽팽하던 신경전은 11일 세상을 떠난 코메디언 김형곤씨에 대한 얘기로 옮겨가면서 부드러워졌다.

정동영 의장이 먼저 "김형곤씨가 어제 세상을 떠나 국민들이 충격을 받았다"며 "그 분은 국민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시신을 기증해 감동을 줬다"며 "김형곤씨 타계는 웃음과 나눔의 의미를 생각하게 해준다"고 애도를 표했다.

고 전 총리도 "김형곤씨가 (자신이 사는) 대학로에 소극장을 연다는 소식이 있었는데 세상을 떠나 마음이 아프다"는 말로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두 사람은 5분여에 걸친 공개 대화 뒤 정 의장쪽에서 민병두 의원, 고 전 총리쪽에서 김덕봉 전 총리 공보수석만을 배석시킨 채 비공개 회동에 들어갔다"

CBS정치부 안성용 기자 ahn89@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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