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지나친 요구
아내의 지나친 요구
  • 편집국
  • 승인 2006.03.10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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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상 변호사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난 사회후배 신모씨는 친한 친구들과의 모임이나 선배들과의 술자리에서 얼큰하게 취기가 오르면 유독 부부관계 횟수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친구나 선배들은 우스갯소리로 치부하며 농담반진담반으로 주 몇회, 월 몇회 등 사실상 공통의 화제인 부부생활을 안주삼아 재미있게 술을 마시곤 했다.  

어느 날 저녁 신씨와 저녁식사를 하는데 신씨가 어렵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놨다.

이야기인즉슨 신씨는 4년전 대학시절 자신과 같은 동아리 활동을 했다는 6살 연하의 양모씨를 후배에게 소개받아 34살의 나이에 결혼했다. 자신은 여전히 아내를 사랑하고 있고 2살난 딸아이도 있는데 결혼생활 4년차에 접어든 지금, 둘 사이가 자꾸 꼬여만 간다는 것이었다.

결혼 초 아내는 잦은 성관계를 원했고, 대기업 영업사원이던 신씨는 계속되는 새벽출근과 한밤중 퇴근으로 피곤했지만 나름대로 부부생활에 충실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내는 더 많은 관계를 원했다. 

아이를 출산한 후에는 부부관계 때문에 아내와 다투는 날들이 많아졌고, 회사업무를 핑계로 자주 아내의 요구를 무시하고 지냈다. 아내 양씨는 신씨가 성관계를 자주 갖지 않자 아침밥을 차려주지 않는 등 불만을 표출했다. 이후 신씨는 달력에 표시해 가며 1주일에 1-2차례 관계를 가졌지만 그 이상을 원하는 아내에겐 역부족이었다. 부부갈등이 계속되자 시부모는 아내 양씨에게 “서방 잡아먹을”, “색광”이라며 나무랐다. 양씨는 시부모에게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고, 명절에도 시댁에 가지 않았다. 

신씨는 지금의 상황에서 자신의 가정을 지키고 싶어 한다. 남들에게는 우스갯소리일지 모르지만 스스로는 심각하게 다른 부부들의 부부관계 횟수에 관심을 가지며 이 일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진실로 고민하고 있다.

부부간의 성생활에 대한 트러블은 서로간의 이해와 협력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면 관련분야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부부간 성적갈등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결국 양자간 합의이혼이나 재판을 통한 이혼청구를 하게 될 것이다. 어찌보면 부부간 성생활은 결혼생활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거니와 감추고 말하길 꺼리던 과거와 달리 성에 대한 인식이 개방화 되어 가는 현실에 비추어 이러한 성적갈등문제로 인한 이혼문제는 점차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우리 민법은 이혼사유로써 배우자의 부정행위, 부당한 대우, 악의의 유기 등을 규정하고 있지만 명문으로 부부간의 성적갈등을 이혼사유로 들고 있지는 않다. 그러므로 이러한 부부간의 성적갈등이 추상적 이혼사유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부부간 성적문제와 관련한 판례를 보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겠지만 부당한 피임, 성병감염, 이유없는 성교거부, 젊은 부부가 6개월간 신혼생활 동안 단 1회의 성교관계도 없는 경우, 애정상실로 인해 13년간 전혀 성생활을 못한 경우 등과 같은 경우에는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된다고 하였다. 하지만 임신불능, 남편이 무정자증으로 생식불능이고 성기능이 다소 원활하지 못한 경우, 약혼중 부정행위나 혼전임신 전력 등은 이른바 ‘중대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사례에서 신씨는 성적갈등에도 불구하고 가정을 지키고자 하지만 향후 불만이 누적되어 이혼청구가 된다면 어떻게 될까? 서울가정법원은 아내의 지나친 성관계 요구로 불화가 된 이혼사건에서 바쁜 직장생활을 핑계로 아내의 성적불만을 대화를 통해 해소시키려고 애쓰지 않은 남편과 성적욕구에서 비롯된 불만을 지나치게 토로해 남편뿐만 아니라 시부모와도 갈등을 초래한 아내 양쪽 모두에게 부부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는 책임이 있다며 이혼은 허락하지만 결혼이 파탄에 이른 책임이 대등하므로 위자료 지급의무는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도웅말 : 변호사 이인상법률사무소 042-471-8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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