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검찰 수장의 퇴장
경제검찰 수장의 퇴장
  • 편집국
  • 승인 2006.03.06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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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과천 정부종합청사.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이 브리핑실로 들어섰다.

경제검찰의 수장으로서 마지막 고별 기자회견을 갖는 강 위원장의 얼굴엔 만감이 교차했다.

3년 전 민간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공정거래위원장에 임명됐던 강 위원장에게선 대과없이 임무를 수행하고 명예롭게 퇴진한다는자부심이 묻어나왔다.

역대 공정거래위원장 가운데 임기를 모두 마치고 물러나는 사람은 강 위원장이 유일하다.

강 위원장은 3년 임기 동안 마이크로소프트의 프로그램 끼워팔기 사건과 통신사업자들의 요금 담합 사건 등 굵직굵직한 사건을 성공적으로 처리했다.

또 시장경제 3개년 로드랩을 수립해 시장경제의 룰과 원칙을 정착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 위원장 스스로도 ‘시장경제의 적’과의 싸움을 통해 시장경제의 수호자 역할을 수행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고 자평했다.

또한 각종 사건을 처리하면서 국내외의 간섭을 배제하고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킴으로써 공정위가 경제 검찰로 자리매김하는 데 미력이나마 일조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강 위원장은 특히 최근 재계와 정치권에서 일고 있는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요구 등에 대해서도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시장 경쟁을 제한하는 정부 규제는 당연히 폐지해야 하겠지만 기업의 불공정거래는 자유 경쟁을 해치는 반시장적인 행위라며 이에 대한 규제는 시장경제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못박았다. 이에 따라 재벌그룹의 순환출자 폐해가 사라지지 않는 한 출자총액제한제도 계속 유지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강 위원장은 또 기업들의 가격 담합에 대해서도 시장기능을 파괴하는 시장경쟁 제1의 적으로 규정하면서 더욱 강력하게 대처할 것을 요구했다.

국내 반도체 업체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놓고 과잉대응이라고 해석하는 견해에 대해서도 담합에 대한 엄격한 제재는 전 세계적인 방향이라고 강변했다.

강 위원장은 아직 완수하지 못한 과제들이 못내 아쉬운 듯 지금은 선진경제로 가는 과도기라며 반시장적인 것들을 찾아내 이를 바로잡아 줄 것을 공정위 직원들에게 거듭 당부했다.

강 위원장의 말대로 민간출신 첫 수장이 떠나는 공정위에는 힘든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최근 경영권 방어 문제로 불거진 출자총액제한제의 폐지 논란이 그중 하나이다.

강 위원장은 고별사에서도 출자총액제한제의 유지를 강조하면서 임기내내 일관된 태도를 보여왔지만 차기 위원장으로선 방향 설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출자총액제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등은 최근 금산법 개정 등을 놓고 정부가 재계와의 힘싸움에서 밀리면서 시장경제의 틀을 훼손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자유경쟁과 공정거래 시스템의 확립이라는 무겁고 중요한 과제가 경제검찰의 지휘권을 이어받을 차기 수장에게 넘겨지게 됐다.


CBS경제부 정재훈 기자 floyd@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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