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 국가 비상 사태가 선포됐다.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이 24일 오후(한국시각) 국가 비상 사태를 선포했다.
아로요 대통령은 TV와 라디오 연설을 통해 비상 사태를 선포하면서 "군과 경찰에 평시보다 폭넓은 권한을 부여했다"고 밝혔다.
아로요 대통령의 이같은 조치는 지난 주부터 고개를 든 군부 쿠데타 설이 군 당국의 조사 결과 속속 사실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비상 사태 선포에 앞서 에스페론 필리핀 육군참모총장은 쿠데타 음모에 가담한 준장 한 명과 고위급 장교 등 3명을 체포했으며 8명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이들이 오늘부터 시작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맞춰 군사 행동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필리핀 군 당국은 지난 22일에도 쿠데타를 기도한 하급장교 14명을 체포했다.
현재 필리핀은 대규모 반정부 집회를 앞두고 경찰에 적색 경계령이 내려졌고 마닐라로 향하는 주요 고속도로와 시내 곳곳엔 무장 경찰이 배치돼 수도로의 유입을 통제하고 있다.
필리핀에선 지난 주부터 마르코스 독재정권을 몰아낸 '피플파워' 20주년을 군부 쿠데타가 있을 것이란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시민의 힘을 등에 업고 권좌에 오른 아로요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선거 부정과 가족 비리 의혹으로 사임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그녀의 우군이었던 아키노와 라모스 등 두 명의 전직 대통령까지 하야를 요구하고 나서 아로요는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CBS국제부 이재준 기자 zzle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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