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수름재 주유소’ 정상구 사장이 주는 메시지
‘청주 수름재 주유소’ 정상구 사장이 주는 메시지
  • 편집국
  • 승인 2005.09.02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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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당신에게 “희망”을 드립니다
눈물 젖은 빵’으로 수필문학에 등단

‘“혹여 힘드신 일이 있을 때 하늘보다 높고 바다보다 깊은 어머님의 사랑을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두 주먹 불끈 쥐고 다시 한번 도전해 보십시오.” 이 것은 수름재 주유소의 세차장 벽면에 게재된 글이다.

과거 어려웠던 시절 슬기롭게 극복한 경험을 바탕으로 정 사장이 마음속으로 쓴 글로 역경 속에서 방황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희망’을 전달하고자 하는 뜻이 담겨 있다. 
이밖에도 희망주유소 곳곳에는 정 사장의 손길이 묻어나지 않은 곳이 없다. 주유소 입구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어서 오십시오. 희망을 드립니다. 진품을 드립니다.’라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고통과 후회를 풀어준다는 뜻 解悔處라 지어
특히 정 사장은 과거의 고통과 후회를 풀어준다는 의미에서 주유소의 세차장 이름을 해회처(解悔處)(상표등록중)라 짓고 세차장입구 좌측 벽면에 고향마을의 풍경이 담긴 그림과 함께  바느질하는 어머니 사진, 그리고 양주동씨의 자식 사랑에 대한 어머니의 간절한 소망이 깃든 ‘어머니의 은혜’란 시가 담긴 글을 나란히 걸어 놓았다.

그리고 세차할 때 앞 유리창에 쏟아지는 물 사이로 다가오는 동해의 일출 사진은 힘들고 지친 고객들에게 잠시나마 벅찬 희망을 안겨주고 싶은 뜻에서 배려한 정 사장의 소박한 마음이 담겨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주유소 안 밖에서 흘러나오는 ‘고향땅’과 ‘어머니의 은혜’등 동요를 비롯하여, 트롯, 가요, 가곡 등 여러 장르에서도 고향과 어머니를 소재로 한 친숙한 음악들을 직접 선곡하여 들려주고 있어 이곳을 찾아오는 고객의 눈과 귀, 마음까지도 즐겁게 해주고 있는 것이다.

초·중학교 시절 걸어서 30리 길 통학
“예전에 은행에서 근무할 땐 모든 면에서 성적이 꽤 좋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생활이 더 행복 한 것 같다”는 정 사장은 “그것은 은행에 있을 때보다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더욱 확대되었기 때문” 이라고 이유를 밝히면서 “요즈음은 자신의 주유소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더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상구 사장은 진천 출생으로 상이용사이신 부친 정종환(79)씨 슬하에 4남 2녀 중 차남으로 태어나 초평초등학교를 거쳐 진천중학교, 선린상고를 졸업하고 금융업에 종사하면서 틈틈이 학업에 정진 야간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만학도이기도 하다.

“초등학교시절 부친께서 자신이 다니던 학교에 수위로 근무하였는데 그런 이유로 친구들로부터  많은 놀림을 받았다”면서 “그때는 정말 왜 그렇게 그 일이 창피하고 부끄러웠던지 그래서 아버님을 피해 다닌 적도 많았다”는 정 사장은 “이제 와서 생각하니 아버님께 얼마나 미안하고 송구스러운지 모르겠다”고 아쉬워하며 추억에 젖는다.

학교도 집과의 거리가 멀어 15리를 걸어서 다녔는데 특히 중학교는 가정형편이 어렵다보니 자전거 한대 살수 없는 형편으로 무려 30리를 걸어서 통학해야 했다며 고무신을 신고 다녀 발바닥이 부르트고 추운 겨울엔 손·발이 동상에 걸려 고생도 무척 했다고 한다.

어려운 환경을 딛고 행원시험에 합격 
그런 환경 속에서도 정 사장은 결코 좌절하지 않았다. 열심히 공부해서 꼭 성공해야겠다는  일념으로 시골에서 공부해봐야 별 비전이 없다고 판단한 정 사장은 서울로 유학가기로 마음먹고 인천광역시 동구 송림동에 살고 계신 작은 아버지 댁을 찾아갔다. 은행원이 되고 싶다며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어린 조카의 당돌한 말에 작은 아버지는 “그래 열심히 해보라”며 쾌히 승낙해주었고 덕분에 그곳에서 기거하며 당시 명문상고인 선린상고(서울 청파동소재)에 입학하여 자신의 꿈을 실현시켜 나갔다.

정 사장은 이곳에서도 통학하는 시간이 길어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동 인천 역으로 나가 경인선 열차를 타고 용산 역에서 내려 다시 학교가 있는 청파동 까지 부지런히 가도 무려 3시간이나 걸려야 했으므로 왕복 6시간을 꼬박 길거리에서 보내야만 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졸업할 때 까지 3년간 싫은 내색 한번 없이 자식 뒷바라지 해주듯이 알뜰히 보살펴준 작은 어머니의 모습이 지금도 생각나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가슴이 메여 잊을 수 가 없단다.

재학 중 행원시험에 합격한 정 사장은 이듬해인 71년 1월 졸업과 동시에 국민은행 인천지점에 첫 발령을 받고 근무하다 74년 4월 군에 입대하였다. 그리고 77년 재대한 후 중앙청지점에 그해 2월 발령 받은 정 사장은 그곳에서 80년도까지 근무하면서도 현실에 안주하고 않고 틈틈이 시간을 쪼개어 학업에 정진한 결과 79년도에 단국대학(야간 경영학과)에 들어가 83년에 졸업하고 다시 경영대학원을 졸업하는 의지를 보였다.

그 후 본점 국제부에 평사원으로 들어가 과장에서 차장으로 승진하는 등 17년간 수출입 업무를 담당하면서 기여한 공로가 인정되어 지난 97년 무역의 날에 산업자원부장관 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하여 크고 작은 각종 상을 수상한 바 있다.

갑자기 찾아온 불행의 그림자
이어 지난 98년도 1월 국민은행 내 증평지점장으로 발령받아 고향으로 내려온 정 사장은 1년 6개월이란 짧은 세월동안 근무하면서 낙후된 지점을 전국경영평가에서 1등을 차지하는 최우수 지점으로 승격시켜 주위로부터 부러움과 함께 찬사를 받았다. 어디를 가든 놀라운 그의 이런 저력은 지금까지 근무하던 모든 지점에서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71년 금융인으로서 첫 발을 딛고 99년 7월 퇴직하기 까지 약 29년간 금융인으로 근무한 정 사장은 지금은 고향으로 돌아와 인근에서 희망을 주는 주유소란 아주 특별한 사업에 몰두하며 만족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에게도 불행한 운명이 찾아 왔다. 지난 95년 4월 아버님이 편찮으셔 병간호 준비 차 청주에서 고향집으로 오던 중 모친과 형수가 교통사고로 그 자리에서 유명을 달리하는 슬픔을 당했다.

업친데 덮친격으로 진천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던 남동생마저 부도를 내고 불가에 귀의하는 바람에 동생이 낳은 3남매를 거두어 두 아들과 함께 키워야 했고 부도금액까지 갚아야 하는 등 정신적 물질적 고통을 한꺼번에 겪어야 했다.

역경을 딛고 쓴 ‘눈물 젖은 빵’ 으로 데뷔
얼마간 깊은 시름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던 중 우연히 보탑 사를 찾게 된 정 사장은 그곳에서 백비를 발견하고 한참을 바라보다가 문득 무소유에 대한 진리를 깨닫게 되었다.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이런 저런 이유로 돈과 명예에 대한 욕심이 생기는 것은 인지상정이며 자신이 평생을 살면서 쌓아 온 크고 작은 공덕을 자랑하여 남기고 싶은 것 또한 일반 사람들의 마음일진데 그런 모든 욕심과 욕망을 버리고 이처럼 비석을 텅 빈 상태로 남길 수 있는 그 주인공의 무소유에 대한 철학을 보면서 자신이 살아온 인생이 얼마나 부끄럽고 어리석은지를 깨닫게 된 것이다.

역경 속에서 글이 나온다고 자신도 이러한 경험을 통해 수필을 쓰기 시작했다는 정 사장은 고난과 역경을 아는 자만이 작은 행복에도 만족할 수 있다는 진리가 담겨 있는 ‘눈물 젖은 빵’으로 데뷔하였다.
이작품은 지난 날 자신이 직접 겪고 체험한 것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 놓은 것이며 대표작으로는 ‘해탈을 꿈꾸는 어미 소와 송아지’외 ‘황산벌의 숨결’ ‘신 흥부전’등 그 외 30여 편의 작품들이 있다.

이처럼 슬픔을 딛고 왕성한 집필활동을 통해 잠시 고통 속에서 벗어난 정 사장은 동생이 경영하다 부도낸 초평주유소를 99년 7월 인수 하고 첫 사업을 시작했다. 3년 동안 뒤도 안돌아보고 열심히 노력한 결과 어느 정도 돈을 벌게 된 정 사장은 그 주유소를 부친과 형제들이 함께 살수 있도록 해주고 다시 2002년 5월 청주시 상당구 주성동 285-6번지 소재의 수름재 주유소(현대오일뱅크)를 인수하여 아내인 황선순(54)여사와 함께 지금 경영 하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 소원
정 사장은 인간과 자연계에서 가장 큰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이라 생각하느냐? 고 기자에게 물으면서 “자신은 그것은 어머니와 태양인데 그 두 가지 상징이 곧 희망”이라면서 “정승이 죽으면 찾아오는 조문객이 없지만 그 집의 개가 죽으면 인산인해를 이루는 것처럼 오늘 날 자신의 처지를 되돌아보니 그것이 세상사는 이치인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래서 자신이 경영하는 주유소를 ‘희망주유소’란 이름을 붙였다. 세차하는 동안 남은 시간을 눈과 귀로 보고 듣고 일체유심 속에 자신을 되돌아보며 잠시나마 잊고 지낸 고향과 그곳에 계신 어머니, 그리고 형제들을 생각하며 지금 비록 힘들고 고달프더라도 지혜롭게 견딘다면 내일이란 희망 속에 용기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일을 시작하게 된 목적이란다.

그래서 그런지 정 사장에겐 아주 특별한 기억이 하나 있다. 지난 추운 겨울 날 세차를 하던 중 어느 노신사 한분이 차안에서 우는 모습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는데 무슨 이유인지 깜짝 놀라 여쭈어 보았더니 그분은 어두운 등잔불 앞에서 바느질 하시는 어머님의 모습이 담긴 저 사진을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어머님의 은혜란 노래가 귓가에 들려오면서 잠시 잊고 지낸 고향에 계신 부모님이 생각나더라는 것.

그래서 그만 자신도 모르게 감정이 복받쳐 올라 눈물을 흘리게 되었다고 하면서 “왜 이렇게 사람을 울리냐”며 흐뭇한 표정을 지으시며 자신의 두 손을 꼭 잡고 언젠가 다시 한번 찾아오겠다던 그 모습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람의 인생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는 것
오늘도 아침 6시부터 밤 11시까지 주유소에서 일하면서 틈틈이 습작을 하고 있는 정 사장은  바쁜 하루의 일과 속에서도 새 작품을 쓰는 등 부지런한 작가로 작은 행복에 만족하면서 모든 사람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넉넉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지금은 무소유로 사는 방법을  깨달았다며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욕심을 자제할 줄 아는 마음이 생긴다면 상향평준화가 될 수 있는 사회문화가 조성될 것이라고 강조하는 정 사장은 사람의 인생은 (일체유심)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것이 평소 그의 철학이다.

한편, 모든 사람들에게 더 많은 희망을 주기위해 제대로 된 불법을 공부하고 싶어 서울 동산불교대학에 입학한 정 사장은 앞으로 더 큰 이상과 자기성찰을 통해 권위의식 속에 틀에 박힌 사상을 던져버리고 현실에 맞는 철학 속에 모든 사람들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남은 바람이라고 피력한다.    취재|최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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