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한 섬마을에서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로 적어도 2백명이 숨지고 1천5백여명이 실종됐다.
필리핀 중부 레이테 섬의 한 마을에서 17일 오전(현지시각)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로 적어도 200명이 숨지고 1,500명 이상이 실종됐다.
필리핀 적십자사의 리처드 고든 총재는 사고가 이날 오전 10시45분쯤 레이테 섬 남부 세인트 버나드 읍의 기온사우곤 마을에서 발생했으며, 300여가구와 초등학교가 들어선 마을 전체가 토사에 파묻혔다고 밝혔다.
AP통신은 생존자인 다리오 리바탄씨가 마닐라 라디오 방송인 DZMM과 가진 인터뷰를 인용해 "산이 폭발하는 소리가 들리고 사방이 울렸으며 그 뒤에는 서있는 집이 한 채도 없었다"고 전했다.
레이테 주지사인 로제트 라리아스는 최초 확인 결과 15명이 사망하고 53명이 생존했다고 밝혔으나 리차드 고든 필리핀 적십자사 총재는 사망자가 수백명에 이를 것 같다고 말했다.
기온사우곤 마을은 최근 며칠동안 집중호우와 홍수가 이어진 지역으로 고든 총재는 "이 마을전체가 완전히 진흙에 묻혀버렸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3백여채의 집 가운데 불과 세집만이 온전했다"고 덧붙였다. 학생 2백명이 다니던 초등학교도 역시 흙더미에 묻혀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구조대원들은 흙더미가 매우 불안정하고 깊이도 9미터를 넘어 구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사태가 마을을 덮치기 전 일부 마을주민들이 홍수를 피해 피신했었지만 마을축제에 참석하기 위해 다시 돌아왔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당시에는 진도 2.6의 지진도 발생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필리핀 아로요 대통령은 TV연설을 통해 "구조와 지원이 진행중"이라며 "조만간 피해가 복구될 것"이라고 밝혔다.
구조 헬기와 해군 함정 두 척, 군견을 포함한 수색병력이 레이테 섬으로 보내졌으나 구조장비 등은 진흙속에 파묻힐 우려때문에 지원되지 않고 있다.
사고 현장 지역에서 지난 10일 동안 폭우가 쏟아졌으며, 이로 인해 이미 20명 이상이 산사태로 목숨을 잃은 상태였다. 레이테 섬에서는 지난 '91년에도 집중호우와 이로 인한 산사태로 6천여명이 목숨을 잃은 사고가 발생했고 2003년에는 홍수와 산사태로 133명이 숨졌다.
CBS 성기명 기자 kmsung@cb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