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데카당스', 묘한 불쾌감으로의 음탕한 여행
'도쿄 데카당스', 묘한 불쾌감으로의 음탕한 여행
  • 편집국
  • 승인 2005.11.27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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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무가내 영화보기] '도쿄 데카당스'

일본의 유명 작가 무라카미 류가 자신의 원작으로 메가폰까지 잡은 영화라는 사실 자체로 영화팬들의 관심을 받았던 영화.

하지만 '한국에 들어오기까지 무려 13년의 세월', '6번의 재심의', '6분 분량의 삭제 후 개봉' 등의 자극적인 화제성 멘트들이 더 외부적으로 부각되며 국내에 개봉됐다.

'화제' 감독의 '문제' 영화

영화의 앞부분은 그야말로 에로티시즘의 극치다. '당신에게 허락된 쾌락의 극한'이라는 광고문구가 결코 거짓이 아님을 증명하기라도 하는 듯 SM(고통에서 성적 쾌감을 느끼는 경향) 행위까지 극으로 달리는 영상 묘사가 이어진다.

주인공 여성과 5명의 섹스 파트너 사이에 일어나는 각각의 육체 관계는 6분 분량의 삭제는 도대체 어디에서 이뤄진건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강도 높은 노출과 적나라한 행위로 표현된다.

가학적인 성행위나 극에 달한 성행위 중에도 일상적인 대사들을 무표정하게 내뱉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에서 오히려 '쾌락'이라는 단어의 일반적 의미를 되새겨 봐야 할 정도.

몸을 팔기위해 호텔을 드나드는 여성과 자신의 애인 사이에서 변태 성교를 즐긴 후 "너는 인생에 대해, 자신에 대해 깨달은게 뭐냐"며 나름대로 철학적인 대사를 던지는 야쿠자 두목의 모습이나 쾌락을 즐기기 위해 자신의 목을 졸라달라며 애교를 부리는 마약 중독자의 모습은 영화의 의미를 생각하기에 앞서 코웃음을 치게 만들 뿐이다.

1990년대 초의 도쿄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장면들은 단순히 '일본의 성문화'라고 표현하기에는 분명히 지나침이 있다. 제정신인 출연자가 하나도 없는 듯 한 캐릭터 설정 역시 마찬가지다.

뒤틀린 인간들의 욕망을 표현하는데 열중하던 영화는 중반을 넘어가면서 갑자기 자신의 사랑을 향해 순정을 바치는 여주인공의 동화 같은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직전까지 난무하던 끈적거리던 영상은 어디로 갔는지 사라지고 여주인공은 변태 성행위 기구가 든 큰 가방을 내던지고 동화 속 주인공 같은 복장으로 짝사랑 대상을 찾아나선다.

물론 그 동화 속에 등장하는 인간들의 모습 역시 정상적이지는 않다. 우선 여주인공부터 깨진 와인병과 폭죽을 들고 다니며 넋나간 모습을 보여주고, 남편으로부터 버림받은 여가수 등 묘한 인물들과 '엽기 동화' 같은 장면을 연출해 나간다.

강렬하고 거친 영상 속에 느끼는 허무함

결국 영화는 영화 속 몸부림치는 욕망이나 순수한 사랑 그 어느쪽에 대한 해답도 보여주지 않은 채 여주인공의 허무한 춤과 함께 막을 내린다.

감독이 의도했건 아니건 간에 분명 이 영화는 강렬하고 거칠다.

의미를 알기 힘든 자극적인 화면과 두서없는 대화들은 관객에 영화 속 인물들과 같은 허무한 감정을 느끼게 해준다. 마치 주인공이 모든 일을 겪고 난 후 허무하게 다시 변태 성기구들이 가득한 가방을 들고 길을 나서는 것 처럼.

영화가 끝난 후의 공허함이나 암담함, 난해함은 다시 한번 화제작들의 대부분이 관객이 보통사람 이상이길 강요하는 인상을 덧씌워준다.

마지막 크레딧 자막에서 영어와 한자로 'SM 용품 전문점'이라는 말을 발견하며 '피식' 웃을 수 있는 건 마지막 작은 보너스.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이찬호 기자 hahohe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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