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2025년도 학위수여식 개최
[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오는 14일 2025년도 학위수여식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학위수여식에서는 박사 785명, 석사 1643명, 학사 716명 등 총 3144명이 학위를 받는다.
KAIST는 지난 1971년 설립 이래 박사 1만7313명을 포함해 석사 4만1566명, 학사 2만2277명 등 총 8만1156명의 고급 과학기술 인력을 배출하게 됐다.
이찬규(전산학부) 씨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받으며, 이사장상은 필리핀 유학생인 랜스 그라가신(Lance Khizner Dabu Gragasin, 생명화학공학과)씨가 수상한다.
총장상은 양서영(생명과학과)씨, 동문회장상과 발전재단 이사장상은 배가현(산업디자인학과)씨, 김부연(기계공학과)씨가 각각 받는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우수 졸업자에게 상을 수여하고 축사를 할 예정이다.
졸업생 대표 연설은 배움은 경쟁이 아닌 협력이라는 나눔의 가치를 실천해온 김민재(전산학부) 씨와 나이지리아 유학생 모하마드 함자(항공우주공학과) 씨가 선정됐다. 특히 외국인 학생이 졸업생 대표 연설을 맡는 것은 KAIST 개교 이래 최초다.
함자 씨는 모국에서 테러 집단의 폭격으로 집과 학교를 잃고 남쪽으로 이주했지만, 역경 속에서도 항공우주 엔지니어의 꿈을 키우며 학업을 이어갔다.
그 노력의 결실로 우리 정부 초청을 받아 KAIST에서 공부하게 된 함자씨는 “자신의 역경을 도와준 사람들과 경험에 감사하며 미래는 우리가 오늘 내리는 결정의 결과”라고 전했다.
한편 올해 학위수여식에서는 파키스탄 유학생 사이드 알리씨도 박사모를 쓴다. 알리씨는 1살된 아들을 고국에 남겨둔 싱글 파더로서 대학 강사로 일하며 기계 에너지 분야에 대한 열정으로 2019년 기계공학과 박사과정에 진학했다.
알리씨의 학업 여정은 도전과 성장으로 가득하였다. 코로나로 인해 연구가 6개월간 중단됐고 자전거 사고로 인한 팔꿈치 골절과 코 수술, 그리고 신장결석 등 세 차례의 수술을 받으며 학업을 지속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실패를 성장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며 KAIST 실패연구소에서 열린 ‘실패 프로젝트 쇼케이스’, ‘실패수기 공모전’ 등에서 참가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며 더욱 단단한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었다.
알리씨는 오일권 교수 연구실에서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는 인공근육 나노소재인 맥신(MXene)을 활용하여 세계 최고 굽힘 변형률을 갖는 인공근육(소프트 엑츄에이터)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바이오혁신경영전문대학원 석사학위를 수여하는 정성현씨는 의료 인공지능 스타트업인 프로메디우스의 CEO로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흉부엑스레이 기반 골다공증 진단 소프트웨어를 제품화하여 뼈 건강분야 선두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정씨의 도전은 KAIST 경영교육이 단순히 이론에 머물지 않고 현장에서 즉시 적용할 수 있을 만큼 실용적임을 보여주고 있다. 세 딸의 아버지이기도 한 정씨는 과거 중국에서 사업을 하던 중 한·중 갈등이 심해지던 시기에 중국에서 사업 실패를 경험했다.
사업 재기를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로 이주, 작은 기업이라도 인수하려 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김치공장과 식당 주방에서 하루 14시간 서서 일하며 고된 시간 보냈다. 미국에서의 생활을 마친 후 한국으로 돌아온 정씨는 KAIST 졸업생들이 창업한 글로벌 의료 AI 선도기업 루닛에 입사할 기회를 얻게 됐다. 정씨는 루닛 백승욱 의장 등과 함께 글로벌 의료 AI 시장 성장을 직접 경험했다.
좀 더 전문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2023년 바이오혁신경영전문대학원 석사과정에 입학한 시점 정씨는 프로메디우스에 갓 이직한 상황이었고, 회사 자금을 소진하기까지 6개월 남짓밖에 남지 않은 위기 상황이었다.
기존 사업 아이템으로는 생존이 어렵다고 판단해 사업 방향 전환을 고민하던 중 조훈제 교수의 ‘바이오혁신창업 전략과 실제’수업에서 벤처 캐피털(VC)이 주목하는 키워드와 투자심사 관점을 배우게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작성한 투자 제안서(IR)를 실전에 적용해 114억원의 투자유치를 끌어냈다.
또 박기환 교수의 ‘혁신과 제약바이오 마케팅’에서 배운 의료분야 혁신전략을 골다공증 분야에 적용해, 아시아 기업 최초로 국제골다공증재단(IOF)의 기업자문위원으로 선정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를 통해 불과 1년 만에 골다공증 분야의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이와 함께 학위수여식에서는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의 명예박사 학위 수여가 진행된다.
이광형 총장은 “꿈을 품고 기회를 놓치지 않으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길 바란다”며 “실패하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계속 나아가, 무한한 가능성이 펼쳐진 무대에서 각자의 빛을 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